앱솔릭스, 상업화 막바지···하반기 양산 시작삼성·LG보다 1년 앞선 발 빠른 행보에 주목 "이미 팔고 왔다"···승리 자신한 최태원 회장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C 기판 투자사 앱솔릭스는 유리기판 대량생산을 위한 막바지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 1공장의 생산라인 시운전과 샘플 테스트를 마치고 거래기업을 상대로 인증 작업을 이어왔으며, 이르면 하반기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을 시작한다는 것은 수요처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이를 놓고 회사 안팎에선 SK가 엔비디아 등 AI(인공지능) 반도체 거물과 새로운 거래를 성사시킨 게 아니냐는 관측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일즈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글로벌 가전·IT 전시회 CES 2025 현장에서 유리기판을 가리키며 "방금 팔고 왔다"고 언급해 전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공교롭게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동 직후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SK가 그룹 차원에서 유리기판 사업에 화력을 쏟는 것은 이 품목이 AI 시대를 가속화할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업계가 구상하는 고성능 컴퓨팅과 AI 기술을 구현하려면 보다 높은 성능의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플라스틱 기판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구조로는 반도체 사양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표면이 균일하지 않고 열과 압력을 가할 때 뒤틀릴 수 있어 패키지 크기를 늘리기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유리기판은 표면 거칠기가 10nm에 불과해 플라스틱(400~600nm)보다 훨씬 매끄럽고 잘 휘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초미세회로 구현이 가능할 뿐 아니라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등 다양한 소자를 내부에 넣어 표면에 대용량 CPU와 GPU를 얹을 수도 있다. 플라스틱 기판을 활용하면 거친 표면을 고려해 굵은 회로부터 얇은 회로를 적층하는 형태로 설계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리기판이 데이터 처리 속도를 40% 높이고, 전력소비와 패키지 두께를 50% 이상 줄이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양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외부 충격에 쉽게 깨지는 유리의 특성으로 인해 공정을 최적화하거나 수율을 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 가운데 SK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삼성이나 LG 등 경쟁 기업보다 빨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삼성전기의 경우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꾸려 연구를 이어왔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샘플 프로모션으로 기회를 엿보고 2027년 이후에나 양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LG이노텍 역시 시제품 양산 시점을 연말로 잡았다. 현 시점에선 SK가 1년 정도 앞선 셈이다.
일각에서는 'AI 반도체' 열풍으로 비롯된 시장의 지각변동이 연관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SK하이닉스는 'AI 큰 손'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삼성전자를 추격하던 위치에서 명실상부 선두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엔비디아와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등에 업고 유리기판 사업에서도 곧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SKC 관계자는 "거래처와의 구체적인 계약 사항에 대해선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면서도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유리기판 시장 규모가 2023년 71억달러(약 9조8065억원)에서 2028년 84억달러(약 11조602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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