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폴바셋·커피빈, 원가 부담에 가격 인상커피 값 양극화···저가 커피 '가성비' 전략 호재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 24일 부터 커피가 포함된 음료 22종 가격을 200~300원 올렸다. 인상 품목은 숏(237ml)·톨(355ml) 사이즈다. 카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은 기존 4500원에서 4700원이 됐다. 해당 품목 인상은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8월 그란데(473ml)·벤티(591ml) 사이즈 음료 가격을 각각 300원·600원 올린 바 있다. 같은 해 11월에는 아이스 음료 중 논커피 음료 11종의 톨 사이즈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이번 인상은 환율 및 원가 상승의 여파에 따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바셋도 23일 부터 제품 28종 가격을 200~400원 인상했다. 판매량이 가장 많은 아메리카노는 동결했으나 카페라떼는 5700원에서 5900원이 됐다. 커피빈은 작년 12월말 초콜릿 원료가 포함된 카페 모카 등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커피업계가 가격 인상에 나선 건 이상 기후로 원재료 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작년 말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1톤당 7049달러(한화 약 1029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85.4% 올랐다. 코코아 국제 선물 거래가격은 1톤당 1만1675달러로 172% 상승했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이 작년 12월 1400원대로 올라선 뒤로 여전히 1400원대를 지키고 있다. 원두·카카오를 전량 수입하는 커피업계에선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반면 저가 커피 브랜드 3대장인 메가커피·컴포즈·빽다방은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입장이다.
메가커피는 올해도 본사가 원두 값 인상을 감내할 계획이다. 컴포즈커피는 지난 2014년 개점 이래로 단 한번의 가격 인상 없이 현재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빽다방은 브라질 지역 농장과의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원가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저가 커피 브랜드가 성장한 요인은 가격 경쟁력을 통한 '박리다매' 전략이다. 이 때문에 매년 원가 부담 요인이 생기더라도 가격 조정이 쉽지 않다. 유사한 콘셉트의 경쟁사도 많고 가맹점 점포 수도 많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대한 수요 탄력성이 매우 높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커피·음료점은 9만9000곳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고가 커피와 저가 커피 간 가격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커피업계 1위 스타벅스에서 판매량이 가장 높은 아메리카노 톨(355ml) 가격이 4700원인 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준 메가커피(680ml)는 2000원, 컴포즈커피(591ml)는 1500원, 빽다방(625ml)은 2300원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 입장에선 이 같은 현상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원가 압박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올해도 고물가·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는 만큼 '가성비' 특수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 저가 커피 브랜드는 그동안 초저가 전략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신규 점포 수를 가장 많이 낸 커피 브랜드는 컴포즈커피(626개), 메가커피(572개), 빽다방(278개) 순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들 브랜드는 직영점을 최소화하고 가맹점 위주의 사업 구조라 수익성도 높다. 지난 2023년 실적 기준 메가커피의 영업이익률은 18%, 컴포즈커피는 41%에 달했다. 커피업계 1·2위인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의 영업이익률이 5%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높은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원재료 가격 인상이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저가 커피 브랜드 입장에선 낮은 가격이 브랜드 정체성인 만큼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커피 외의 신규 음료나 디저트 메뉴 등을 보강하는 식으로 부담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