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위축···상반기까지 연체율 상승 불가피부실채권 정리 속도내도 연체채권 더 빨리 쌓여올해 대손충당금 9조원 넘을 듯···"전략변화 시급"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말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은 0.44%로, 전년 동월 대비 0.06%포인트(p) 상승했다. 대기업만 0.09%p 하락했을 뿐 중소기업(0.14%p), 개인사업자(0.12%p), 가계대출(0.03%p) 등은 연체율 상승세를 이어갔다.
은행권의 연체율은 지난 2022년 11월 상승 전환된 뒤 2년 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리인하기에 본격 접어들었지만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연체율 상승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023년 12월 2조2000억원이었던 은행권의 신규 연체채권은 1년 만에 2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8월과 11월에는 각각 3조원, 2조8000억원씩 증가하는 등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모양새다.
은행권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상‧매각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 12월 1조9000억원에 그쳤던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2024년 12월 2조200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4조3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문제는 적극적인 상‧매각이 연체채권 감소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은행권의 연체채권 잔액은 10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기업의 연체채권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29%나 늘었고, 가계 신용대출의 연체잔액도 9% 증가했다. 부실채권의 정리 속도보다 신규 발생 속도가 더 빨랐다는 얘기다.
계절적인 상‧매각 확대와 추세적인 시장금리 하락에도 연체채권이 줄지 않아 은행권의 대손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는 모양새다. 연체율 상승에 따른 경상적 대손비용 증가와 고금리 지속, 경기둔화, 부동산 PF 부실화 등으로 은행권이 쌓은 충당금은 11조5000억원에 달한다. 부실채권 정리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당금은 올해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연체우려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을 활성화와 적극적인 부실채권 상·매각,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을 은행권에 주문하고 있다. 금리인하에 따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부실채권 정리로 자산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당국의 CET1 비율 관리압박도 은행권의 부실채권 정리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 등 국내은행에 요구되는 자본적정성 수준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은행 입장에서 RWA(위험가중자산)인 부실채권을 상·매각하면 자산은 줄어들지만 자기자본 관리에는 유리하다.
한편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대출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전략 변화를 추진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은행 대출의 근간이 되는 실물경제의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앞으로 순이자마진(NIM) 하락은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출금리 조정 주기 등을 고려할 때 시장금리가 대출금리 및 연체율에 전파되기까지는 수개월 가량 소요된다. 따라서 실물경제 성장 둔화가 대손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대출금리 하락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해 대손충당금 순전입액 전망치는 9조3000억원으로, 전년(8조4000억원) 대비 1조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4년(3분기 누적 기준) 국내은행 총이익 가운데 이자이익 비중은 88.6%에 달하며 이 중 대부분이 대출에 의한 이익"이라며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 시장금리도 계속 낮아지고 이에 따라 수익성도 낮아질 것으로 보여 대출의 매력도는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은행들은 비이자수익 증대, 신탁·자산운용 등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비즈니스 확대, 성장률이 높고 젊은 국가로의 진출 확대 등 전략변화가 필요하다"며 "은행의 노력뿐 아니라 금융당국에 의한 제도개선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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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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