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장점 희석 분위기...사업방식 고민 사업장 늘어사업기간 단축 의문에 제한적 의견 반영도 논란재개발·재건축 패스트트랙 등 정부 정책 변화도 영향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목동신시가지 7단지는 최근 조합방식을 선택하는 주민 투표를 마쳤다. 70.28%의 조합원이 찬성하면서 신탁방식에서 조합방식으로 전환이 확정됐다. 최근 강남·강북 주요 단지들 사이에서 사업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도 지난달 코람코자산신탁의 신탁사 선정 안건을 부결시켰다. 지난 1월 코람코자산신탁이 단독으로 입찰했지만 재준위원 17명 중 12명이 반대해 신탁사 재입찰이 결정됐다. 앞서 목동 1단지 재준위는 지난해 12월에도 최종 업무협약(MOU) 체결 직전 투표 결과에 따라 한국토지신탁의 예비신탁사 후보 지위를 해지했다.
2023년에도 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 소유주들이 KB부동산신탁을 예비시행자로 선정했다가 신탁사가 시행자 지정 요건에 맞추지 못해 조합 방식으로 선회했다. 서초구 방배 삼호아파트도 한국토지신탁과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다 조합 방식으로 변경했다. 신반포 4차와 방배 7구역도 주민 반발 등으로 결국 조합방식을 택했다.
이처럼 재건축 사업장들이 신탁 방식에서 조합 방식으로의 선회하는 것은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풀면서 신탁 방식이 아니어도 사업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또 높은 수수료와 신탁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불활실성이 커지면서 재무 리스크까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탁사들은 그간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 간 갈등조정, 투명한 사업추진, 빠른 사업추진, 원활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단지에 강조해왔다. 실제 신탁방식은 추진위원회와 조합설립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정비사업 추진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단지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 승인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와의 협의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신탁방식이 조합방식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희석됐다. 반면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 및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며 조합방식의 재건축 추진을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조합방식의 사업 추진이 활발해지고 신탁방식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신탁방식은 인허가 과정에서 신탁사의 결정권이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불만이 쌓이는 분위기다. 또 신탁사는 시행 이익과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개발 이익이 줄어든다는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신탁방식은 사업 규모나 복잡성에 따라 그 규모가 다르지만, 통상 분양 이후 발생한 매출 1~3%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신탁사들의 재무적 안정성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부동산 PF 시장이 위축되면서 신탁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탁방식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투명한 운영 방식과 조합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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