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 대표가 지난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말이다. 한 문장에서 '안전'이라는 단어를 무려 3번이나 사용할 정도로 안전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당부는 얼마 안 가서 무색해졌다. 신년사를 전한 지 한 달 뒤 현대제철 현장 근로자가 작업 중 질식사로 숨지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현대제철 생산 현장에서 일어난 중대재해 사고는 총 3번이다.
실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대제철 생산 현장에서는 총 6번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2022년 3월2일 당진공장 추락사 ▲2022년 3월5일 예산공장 철골 구조물에 깔려 사망 ▲2023년 12월27일 당진공장 추락사 ▲2024년 2월6일 인천공장 폐수 처리 수조 청소 중 질식사 ▲2024년 12월12일 당진공장 가스 누출 사망 ▲2025년 3월14일 포항공장 추락 등이다.
특히 가장 최근에 포항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20대 비정규직이다. 안전고리 없이 작업을 하다 쇳물 찌꺼기(슬래그)를 받는 용기인 포트 안으로 추락했다. 이 근로자는 작년 11월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1공장으로 전환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노조는 회사의 부실한 안전 관리 체계를 질타하고 나섰다. 사측이 작업 현장의 추락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위험 작업 현장에 숙련도가 낮은 계약직을 투입한 점에 대해서도 비난이 이어진다. 사측이 경영 위기를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무리한 전환배치를 요구, 이 과정에서 위험도가 높은 현장에 비숙련자가 투입됐고 결국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사실 회사는 작년부터 머리아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철강 제품 수요가 둔화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가 노조와 성과급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노사 간의 갈등은 극에 치닫고 있다.
작년부터 구조조정을 시행 중인 현대제철은 결국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안전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 상황만 보면 당장의 문제 해결에 급급해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사안은 뒷전인 듯하다.
가뜩이나 철강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현장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안전보건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철저한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 해결에 눈이 멀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선 안된다.
안전 관리는 모든 산업 현장의 기본이자 경영 전반적인 기반이 된다. 회사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도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모래 위에 성 쌓기일 뿐이다. 경영진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안전을 1순위로 챙기는 사명감과 경각심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 회사는 구체적인 중대재해 방지 대책 조속히 마련하고 이와 더불어 근로자들의 안전 의식을 고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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