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변화 속 금융사의 대응 전략 마련해야무역 리스크 속 금융 체질 개선 방안 필요

이에 외환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에 마감했습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치인데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500원 선도 이제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환율 급등이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은 무너지고 수입물가도 오를겁니다. 특히 외화부채가 많은 중소·중견기업은 환차손 부담이 곧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밖에 없겠죠.
이런 실물 충격은 결국 금융권으로 전이됩니다. 수출 둔화는 기업 실적을 흔들고 이는 대출 건전성 악화로 이어집니다. 취약 차주의 연체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는 이유인데요. 고금리 상황 속에서 자금조달 부담까지 겹치며 은행들도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은행권은 과감하게 체질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를 단순히 버티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를 새롭게 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 모델은 이제 한계가 뚜렷해졌습니다. 자산운용 역량을 키우고 투자은행(IB) 기능을 강화하는 등 비이자이익 기반을 넓히는 전략이 절실합니다. 또한 글로벌 금융서비스의 영토를 넓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국 국채 등 고유동성 외화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도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환율이 급등하고 외화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에선 은행이 미리 달러를 확보하지 않으면 자금 경색이 실물경제로 번질 위험이 큽니다. 수입 결제나 해외 차입 상환 수요가 몰릴 때 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지 못하면 기업 부도로 이어질테니까요.
예고없이 찾아오는 금융위기에 대응하려면 선제적인 준비태세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은행권에 필요한 건 "위기를 견디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위기에 맞는 체질을 만드는 일입니다. 무역 리스크가 구조화되는 현 시점에서 후속대책만 논의해서는 안됩니다. 먼저 바꾸고 먼저 준비하는 곳만이 충격을 흡수하고 가장 높은 곳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 겁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