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RWA 부담 완화로 은행 자본 여력 회복세"RoRWA 높이자"···대기업 중심 포트폴리오 부각중소·자영업자 대출은 담보 위주 리밸런싱 지속
1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6.3원 내린 1358.7원에 마감했다. 지난 4월 9일 장중 기록한 1487.60원(연중 고점)과 비교하면 130원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올해 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할 것이란 우려가 높았지만 지난달부터 안정적인 1300원대에 진입했다.
환율 하락에 외화표시 자산 RWA 감소
환율 하락은 외화표시 자산의 원화환산액을 줄여 RWA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은행의 자본비율 산정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면 자본 여력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달러 약세, 외국인 주식 순매수 등이 원화 가치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외화자산이 차지하는 위험가중자산 규모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며 "보수적으로 운용하던 기업여신 전략에 유연성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외화조달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8조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 대출이 5조4000억원으로 전체 증가분의 67.5%를 차지했다. 최근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및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점이 대기업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대출 확대는 단순히 기업들의 자금 수요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은행들도 금리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자본 대비 수익률(RoRWA)을 높일 수 있는 자산을 선호하게 된 영향도 크다. 이에 대해 나민욱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RoRWA 관점에서 크로스셀링이 가능한 대기업 대출 성장 니즈가 높았던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위험을 반영한 자산대비 수익률을 뜻하는 RoRWA는 수익성과 자본규제 대응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똑같은 규모의 대출이라도 담보가 없는 가계 신용대출보다 담보가 명확하고 연계수익이 발생하는 대기업 대출의 RoRWA가 더 높다.
대기업 대출은 외환, 파생, 자문, 급여계좌 유치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연계가 가능해 비이자수익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산관리(WM)와 퇴직연금까지 연계해 거래기업당 총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은행권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그룹 차원의 기업금융 전담 조직을 재편하거나 외환·IB·연금 등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 패키지를 선보이는 은행들이 많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가계·중소 대출은 보수 기조···저위험 자산 재편 지속
반면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담보 중심의 리밸런싱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은행권이 자본규제 대응을 위해 저위험 자산 중심으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하반기 가계대출 위축이 불가피한 만큼 은행의 대기업 대출 비중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수요 측뿐 아니라 공급 측에서도 선택적 대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6조원 증가해 전월(5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지만 하반기에는 DSR 규제 강화로 수요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한 RoRWA 제고 전략을 강화하면서 중소 및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는 담보 중심의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경기 상황과 대출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전략을 조정하는 리스크 관리야말로 은행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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