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SK온, 북미 생산 증가에 AMPC 신기록美 AI 정책과 전력 수요 증가로 ESS 시장 급성장북미 ESS 생산 집중으로 하반기 전략 전환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올해 2분기 엇갈린 실적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5조5654억원, 영업이익 4922억원으로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았고, SK온은 매출 2조1077억원과 합병 이후 첫 분기 흑자인 609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삼성SDI는 매출 3조1794억원, 영업손실 3978억원을 기록해 3분기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희비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AMPC(고급 제조 세액공제)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4908억원, SK온은 2734억원을 수령하며 각사 역대 사상 최대 AMPC를 기록했다. AMPC 수혜 규모는 북미에서의 배터리 판매량과 직결되기에 즉 양사가 북미 완성차 고객사에 납품한 배터리 물량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특히 SK온은 "2분기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라인 개조를 마치고, 12개 라인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며 전 분기 대비 북미 판매량이 무려 70%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기차 수요 위축과 관세 부담으로 인해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발주를 줄일 것이란 당초 시장 예상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7곳, SK온은 5곳의 배터리 생산기지(합작법인 포함)를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며, 북미 생산역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삼성SDI는 양사와 반대되는 흐름을 탔다. 현재 북미에 단독공장이 없고, 3곳의 합작공장을 가동, 건설 중인 상태다. 특히 지난해 말 호기롭게 조기 가동에 들어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도 기대만큼 가동률이 오르지 못하면서 이번 분기 AMPC는 664억원에 그쳤다.
이에 전날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SDI는 "하이니켈 등 프리미엄 전략을 추진하는 동안 배터리 셀 시장 분위기가 중저가 볼륨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늦은 미국 진출로 인해 매출 성장 및 AMPC 확대에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기회는 존재한다. 하반기부터 AMPC의 존재감이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북미 상호 관세 시행에 더해, 전기차 구매 시 지급되던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도 오는 9월 말 종료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AMPC가 유일한 보조금 수단으로 남게 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현지 생산 기반 확대 없이는 수익성 방어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하반기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성장성이 담보된 'ESS'사업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자동차 배터리 대신 ESS 사업 확대로 불확실성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회사는 "3분기부터 미시간 공장의 생산 물량이 본격화되면서 하반기 EV 배터리의 빈자리를 ESS 매출 성장으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까지 북미 내 17GWh 이상의 ESS 생산 능력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2분기 회사는 미국 홀랜드 공장에서 LFP 기반 ESS 롱셀을 양산, 지난 6월 말 기준 이미 50GWh 상회하는 수주잔고 물량을 확보했다. 신규 폼펙터를 포함해 LFP 등 다양한 제품 공급을 논의 중이며 이를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일부 합작공장 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 가동률을 최대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7월 30일에는 북미 고객사에 6조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단일 계약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계약 기간은 2030년 7월까지지만 '추가 공급' 조항이 포함된 만큼 향후 실제 공급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고객사를 테슬라로 추정하고 있다.
SK온 역시 ESS 등 신규 사업 진출 기반을 마련 중이다. SK온은 "미국 내 복수의 고객사와 기가와트(GW)급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며, 연내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EV 생산라인을 ESS 전용 LFP 배터리 생산 체제로 신속히 전환할 계획도 내놨다. 이석희 SK온 사장 역시 최근 "미국 ESS 생산라인 배정이 완료됐다"고 언급하며 본격 전환을 시사했다.
삼성SDI도 ESS 북미 생산 전환 흐름에 동참했다. 전날 진행된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의 일부 EV 배터리 라인을 오는 10월부터 ESS용 NCA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공장은 이번 분기에도 낮은 가동률로 고전하던 곳으로 ESS 전환이 가동률 개선과 고정비 부담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AI 행동계획' 발표로 북미 내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ESS 시장의 고성장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라며 "전 세계 ESS 시장에서 중국이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북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글로벌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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