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업구조 도마 위...李 대통령, LH 개혁 주문에 사업구조 개편 '시동'택지 조성부터 주택 건설, 공급까지 직접 수행하는 싱가포르식 모델 검토"사업 전담체계 정비 필요···공공성 높이되 조직 역량·재정 기반 확충 관건"
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LH의 사업 방식 개편 등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LH의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구조적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회의에서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과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놓고 논의가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공공택지 가격에 일정한 이익을 붙여 민간에 파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며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엉터리 가짜 건설사를 잔뜩 만들어 입찰이 몇백 대 일이 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실무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다"며 공공 시행자의 역할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도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는 LH가 민간에 택지를 매각하는 대신 직접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를 검토 중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LH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적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누구나 형편에 맞는 주거에서 출발해 보다 나은 주거로 이동할 수 있도록 주거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H는 이에 따라 조성한 택지에 직접 주택을 건설하는 공공분양과 민간에 시공만 맡기는 공공분양 민간참여사업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청(HDB)은 택지 개발 이후 주택 건설과 분양까지 모두 담당해 공공 주거 안정성을 확보해왔다. 민간 건설업체는 HDB가 개발하는 주택의 시공사로만 참여한다.
하지만 이번 개혁이 조직 개편이나 물리적 분리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LH의 분할이나 대대적인 조직 개편보다는 기능 전환과 사업 방식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토부는 "LH 조직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LH가 택지 개발 이익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본연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전반적인 사업 방식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구조 전환에 따른 실무적 과제도 적지 않다. LH가 택지 조성 외에도 대규모 공공주택 건설과 임대 운영까지 맡게 될 경우, 전문성 확보와 인력 재배치, 재원 마련 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단순한 방식의 전환이 아니라 조직 내 기능과 인적 자원의 재구성이 요구되는 셈이다.
특히 재원 확보 문제는 개혁의 현실적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LH는 현재도 부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택지 매각 수익으로 일부 적자를 보전해 온 구조다.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경우 수익 기반이 흔들리며,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이 오히려 재정 부담이라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지 않는다면, 공공주택 사업 확대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LH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 역량과 기능별 전문성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LH가 일부 택지에서 공공주택을 직접 공급해 분양가를 낮추는 모델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모든 택지에 아파트를 직접 건설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역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LH의 부채가 160조 원이 넘는다.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정부의 공적 자금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택지 공급, 주택 건설, 주택 관리 등 각 기능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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