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 위상 강화, AI 기반 안전 시스템 도입 잇따라현대·현산 안전조직 개편 가속···삼물은 선제 대응실질적 변화는 수주로, 단 정부는 책임 강화 압박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반복된 사고 끝에 안전 컨트롤타워의 복원을 선택했다. 최근 몇 년간 인명사고가 이어지고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포스코그룹은 지난 5일 송치영 전 CSO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이는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안전 경영을 그룹 차원에서 다시 정비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2018년 안전보건센터를 신설하고, 국내 건설사 최초로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 인증을 받는 등 안전경영의 선도 모델로 평가받았다. 2021년부터는 송 전무가 CSO를 맡아 AI(인공지능) 기반 점검 시스템과 안전 플랫폼을 빠르게 도입했다.
하지만 송 전무가 2023년 말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엠텍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 CSO가 매년 교체되며 리더십 불안정이 지속됐다. 현직 CSO는 내부 전문가임에도 사내이사에 포함되지 않아 전략적 의사결정에서 배제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직은 있었지만 컨트롤타워 기능은 약화됐고, 그 사이 반복된 사고가 결국 최고경영진 교체라는 중대한 조치로 이어졌다.
포스코이앤씨 사례는 단순한 이슈가 아닌 업계 전반의 구조적 고민을 상징한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HDC현산 등도 각각의 계기로 안전조직을 손질했고, 그 결과는 기업마다 달랐다.
삼성물산은 국내에서 드물게 중대재해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안전 체계를 강화해온 사례다. 부사장급 CSO 직제를 신설하고, 작업중지권 보장, 스마트 안전 시스템, 안전보건위원회 등 실질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AI·IoT 기반의 위험 예지 시스템을 조기 가동하면서 최근 수년간 중대재해 제로를 유지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반복된 사망사고 이후 안전관리본부를 격상하고 CSO에 전무급 인사를 임명한 뒤, 2022년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의사결정에 안전 책임자가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또 AI 기반 점검 시스템 도입과 협력사 교육 강화도 병행했는데, 그 결과 사고 건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일부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HDC현산은 광주 학동·화정동 사고 이후 존립 위기를 겪은 뒤, 2023년 말 조태제 부사장을 대표이사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선임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는 CSO의 경영 참여 위상을 구조적으로 강화한 조치다. 또 2022년부터는 CCTV 통합관제센터를 가동해 실시간 감시를 강화하고, 드론, 웨어러블 센서,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 등 스마트 장비를 통합하는 관제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전사적 안전 체질을 고도화하는 추세다.
DL이앤씨는 포스코이앤씨 사태 이후 곧바로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경영지원본부를 폐지하고, 기획·PI 기능을 대표 직속으로 이관했으며,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 전담 조직인 D-IC에 기능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손질했다. 앞서 DL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인 2022년부터 작년까지 건설현장에서 총 8건의 사망사고를 내 중대재해 최다 발생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안전보건경영에 힘을 쏟은 결과 올해 들어서는 사망사고가 없었다.
이밖에도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대형 건설사들도 안전관리 체계 개편에 나섰다. GS건설은 CSO 체계를 강화하고 스마트 안전관리, AI 기반 재해예측 시스템, VR 체험교육 등 디지털 중심의 예방 인프라를 확대했다. 대우건설은 연이은 사망사고 이후 외부 컨설팅을 도입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안전 프로세스를 정비했다. 롯데건설은 작년 조직개편을 통해 대표이사 직속이던 안전보건경영실을 안전보건관리본부로 격상하면서 CSO의 위상을 강화했다.
조직 개편의 실효성은 시장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HDC현산은 극심한 신뢰 위기를 겪은 뒤, 대형 정비사업 수주 시장에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시공권을 따낸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각종 사고로 리스크가 집중됐던 건설사였지만, 실질적인 조직 개편과 변화를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여파로 현재 위축된 상태지만, 리더십 교체와 시스템 정비를 계기로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책임을 먼저 묻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포스코이앤씨의 잇단 중대재해에 대해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제한 등 가능한 모든 제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단순한 매뉴얼 미준수가 아니라, 예방 가능한 사고였는지 여부를 따져 묻겠다는 입장이다.
안전은 이제 수주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사고 유무를 넘어서 안전관리 체계와 조직의 작동력까지 평가 대상이 되는 추세다. CSO의 위상, 의사결정 참여 여부, 예산과 인사권 등 실질적 권한이 수주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건설사들도 데이터 기반 점검체계, 외부 전문가 자문 등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고만 없으면 된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조직 구조와 실행력이 수주와 신뢰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며 "또 단순히 안전 조직을 뒀느냐보다 실제로 작동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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