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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기회의 문 열렸지만···중견사의 공공수주, 감당 가능한가

부동산 건설사

기회의 문 열렸지만···중견사의 공공수주, 감당 가능한가

등록 2025.08.07 19:47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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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이후의 공공수수 "더 무거운 책임"CSO·ISO로 무장 중···예산·경험은 여전히 한계브랜드 말고 기술력으로···공공의 무게는 여전

기회의 문 열렸지만···중견사의 공공수주, 감당 가능한가 기사의 사진

공공수주 시장에서 중견 건설사들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기술력 중심의 입찰 제도로 '기회의 문'이 열렸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에 대한 책임은 오히려 더 무겁게 중견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예산 삭감, 잦은 설계 변경 등 공공사업 특유의 변수는 중견사들에게 지속적인 줄타기를 강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형사보다 완충 장치가 부족한 중견사들에겐 '수주'가 곧 '생존'의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공수주 시장의 '터줏대감' 격인 계룡건설은 올해도 꾸준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충북선 철도 고속화 제4공구 노반 건설공사(1129억원) ▲대전도시철도 2호선 12공구(976억원) 등 주요 공공 인프라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1~6월) 총 6380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하며 중견사 중 공공수주 1위를 기록했다.

최근 가장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건 대보건설이다. 지난 7월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민간투자사업 제3공구(구로~여의도 구간)를 수주(7349억원 규모)하며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공뿐 아니라 민자사업 분야까지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외에도 ▲인천공항 제2국제업무지역 항공업무시설 개발(BOT) ▲서울교대 인문관 BTL ▲부산대 생활관 BTL 등 약 1700억원 규모의 건축 민자사업도 연달아 확보했다.

금호건설은 LH와의 민간참여사업 협업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의왕군포안산지구 A1-1·2·4블록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 교산지구 A3블록 등 다수의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중견사로서는 이례적인 '계획형 수주' 모델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동부건설은 '부산신항 고속도로 김해 1공구'(3400억원) 등에서 종합심사·평가낙찰제를 위주로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코오롱글로벌은 '울진 기성풍력발전단지 EPC(설계·조달·시공) 사업'(847억원) 등 기술형 입찰과 품질 제안에 집중하고 있다. KCC건설은 최근 4년간 4500억원 이상의 수주고를 기록했으며, 철도 등 인프라 수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주도해온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와 달리, 중견 건설사들은 기술형 입찰 시장을 중심으로 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종심제는 가격, 실적, 재무 등 종합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재무 구조가 약한 중견사들에게는 불리한 구조다. 반면 기술형 입찰은 설계·시공 일괄 방식을 통해 기술력과 제안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중견사들에게는 '실력 중심'의 시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기회는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를 수반한다. 고정 예산 체계와 잦은 설계 변경, 공사 기간 지연 등은 기술형 입찰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되고 있고, 일부 사업에서는 유찰 후 종심제로 전환되면서 총사업비가 1.5~2배가량 증가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견사들은 하자 보수나 민원 대응, 하도급 관리 인프라 등 실제 수행 역량 면에서도 대형사에 비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력으로 평가받는 기회가 열린 것은 사실이지만, 시공 이후 발생하는 다양한 현장 변수에 대해 감당해야 할 책임은 여전히 크다"고 말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책임이 더욱 강화되면서 부담이 배가 되고 있다. 대형사와 달리 CSO(최고안전책임자)나 전담 조직, 내재된 안전 시스템이 미흡한 중견사는 사고 발생 시 입찰 제한이나 사업 중단 리스크에 노출되기 쉽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된 중대재해에 대해 '면허 취소 및 입찰 제한'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중견사들은 공공수주를 지속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대형사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 정비사업장보다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견사들 역시 본격적으로 안전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실제 계룡건설산업은 2022년 최고안전책임자(CSO) 직책을 신설하고 이를 사내 이사진에 포함시키며 선제 대응에 나섰고, 금호건설은 CSO 임명과 함께 안전보건기술자문단 출범, 안전공감 토론회까지 마련하며 조직적 기반을 강화했다. 대보건설은 KOSHA-MS 인증과 함께 국제표준인 ISO 45001을 도입했고, 이 외 중견 건설사들도 CEO 직속 조직체계를 갖추고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며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조직 개편이 실제 현장 대응력으로 이어졌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설계 변경, 민원 대응 등에서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곳이 많으며, 한 번의 사고로 사업 자체가 좌초할 수 있는 위험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다.

결국 공공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현재 공공수주 구조는 위험과 부담을 민간에게 전가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 자료에 따르면 기획 단계에서의 총사업비 확정, 설계 변경 승인, 공사비 조정 등 경직된 행정 시스템이 공사 지연과 품질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공공도 발주기관으로서 책임 의식을 갖고, 제도적 뒷받침과 유연한 운영을 통해 중견사의 지속가능한 공공 수행 역량 강화를 도와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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