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우리은행 행동 나섰지만 "구체적 추진 아니다"해외도 법으로 강제한 사례 드물어···유연근무제 확대해야 "당장 워라벨 높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고용불안 야기"
단 4.5일제 도입에 대한 우려감은 여전하다.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와 더불어 영업점 운영시간이 축소될 경우 고객들의 불편함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사들은 아직 정부 정책에 따른 대응방안 논의 차원이라며 공식 도입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노사 협의 약속한 신보·대응방안 검토하는 우리은행
신용보증기금 노사는 지난달 24일 열린 상반기 노사협의회에서 정부의 주4.5일 근무제 관련 지침이 나오는 대로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금융권에서 노사가 주4.5일 근무제 검토를 약속한 것은 신보가 처음이다.
신보 관계자는 "현재 주4.5일 근무제 도입이 화두이나 정부 가이드라인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회사에서도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원론적인 차원에서 노사가 논의를 해보자고 협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열린 하반기 전략회의에서 주4.5일제 도입을 언급해 주목받았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하반기 주요 환경 변화로 주4.5일제에 따른 대응방안을 강조하며 고객라이프스타일, 근로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영업모델과 업무모델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우리은행 측은 "향후 4.5일제가 도입될 경우 영향을 파악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전혀 없으며 노사협의가 진행되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타 은행들의 경우 아직 정부 방침이 나오지 않은 만큼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현재 주 4.5일제와 관련해 금융노조와 산별중앙교섭 중으로, 은행차원에서 별도 논의 중인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 4.5일제 시행하면 영업점 줄고 소비자 불편 초래"
가장 먼저 4.5일제 도입이 예상되는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정책 시행이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정서적 기대와 정치적 공약 중심으로 4.5일제가 도입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들은 한국의 근로시간이 많은 편이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부분을 지적한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4.64달러로 미국(97.05달러), 독일(93.81달러), 프랑스(88.15달러) 등과 비교하면 절반을 간신히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근무일수 단축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줄어든 근무일수를 보완하기 위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거나 기존 인력의 초과근무와 보상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더욱이 은행권의 경우 직원들의 1인당 연봉이 높은 만큼 추가 인력 채용에 대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작년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임직원 평균 임금은 1억1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말 평균임금인 9800만원 대비 2000만원이 증가한 수치다.
자유기업원이 발행한 '주 4.5일제 도입의 현실과 향후 법개정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 선진국들도 주 4일제를 법으로 일률적으로 강제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 미국의 경우 주4일제 도입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의 판단과 근로자와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며 일본도 제도의 틀을 유연하게 만들어 기업과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무방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 또한 주 4일제를 강제하기보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제도 도입을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자유기업원은 보고서에서 "획일적인 주 4.5일제 도입은 한국의 산업 구조와 고용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가 똑같은 근무일수를 강제하는 법제화가 아니라 업종별·직군별·기업 규모별로 현실에 맞는 맞춤형 유연근무제를 확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4.5일제가 시행될 경우 금융권의 영업점 축소와 더불어 영업인력 감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면채널을 보유한 금융권의 경우 주 4.5일제가 시행되면 결국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앞서 코로나19를 겪으며 은행들이 단축영업을 시행했고 이는 영업점 축소의 모멘텀이 됐다. 노조 측에서는 단기적으로 노조원의 워라벨을 높이려는 시도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용불안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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