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난에 집값 상승세 지속···"대출규제 효과 제한적" 평가"카드 더 남았다"···'규제 사각지대' 전세대출 DSR 편입 가능성 서민 자금조달 막히는 역효과 우려···"시장 혼란 최소화 해야"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LTV 40% 축소 ▲주택매매·임대사업자 대출 제한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 2억원 일원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요율 개편 등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6·27 대책 직후 잠시 주춤하던 가계대출은 8월 들어 다시 4조원대 증가세를 보였고, 서울 아파트값도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서울의 주택 수요가 살아나자 금융당국이 다시 고강도 조치를 꺼낸 것이다. 금융위는 "6·27 대책의 관리 기조를 유지하되 규제지역·주택매매·임대사업자·유주택자 전세대출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 집값의 안정화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부채 규제 강화로 대출 수요를 억눌렀지만 정작 수도권의 주택 공급난은 심화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서울의 주택 공급 증가율은 0.5%에 그쳐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내년 입주 물량 절반 급감···서울 공급 통계 최저치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약 4만6710가구에서 내년에는 절반 수준인 2만4462가구로 47.6%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과 집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카드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전세대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보증비율 추가 축소 등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조치들을 언제든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준비된 가용 수단을 적시에 시행할 것"이라며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전세대출 조이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대출이 규제 사각지대로 남아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와 주택시장 과열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워서다. 이에 따라 DSR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대비 0.07% 오르며 2주 연속 상승 폭이 커졌다. 송파구는 일주일 만에 0.2% 상승했고, 양천·용산·동작·광진·마포구 등 서울 25구 가운데 17개구에서 전셋값 상승 폭이 전주와 비슷하거나 확대됐다.
이처럼 전셋값이 급등하면 세입자의 대출 의존도는 더 커지고 늘어난 전세보증금은 다시 매매가격을 떠받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전세대출이 집값을 밀어올리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전문가 "인위적 금융규제 안 통해···전세 DSR은 속도조절 필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규제지역 LTV를 50%에서 40%로 낮춘 건 아파트가 20억원일 때 2억원을 더 빌릴 수 있느냐 없느냐 차이일 뿐, 이번 조치로 서울 집값이 내려갈 거라고 보긴 어렵다"며 "따라서 전세대출은 단계적으로 DSR 규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대출은 저금리 시절 몇천만원 단위로 서민들이 월세 대신 활용하던 서민 정책이었는데 어느 순간 과도하게 풀리면서 주택시장을 왜곡시켰다"며 "전세대출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수요가 커지고 이는 전세와 매매 가격을 동시에 밀어올리는 구조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LTV 강화, 금리 인상 등 각종 규제가 나왔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며 "결국 인위적인 금융 규제로는 서울 집값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긴 어렵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전세대출을 곧바로 DSR 규제에 포함시킬 경우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전세대출을 통해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많은 상황에서 대출한도가 축소되면 계약 갱신 과정에서 자금 조달이 막히거나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임차인의 주거 불안정뿐 아니라 전세 시장 전반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국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출 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면서 서민들의 금융 창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가계대출 전반이 조여진 상황에서 전세대출까지 본격적으로 관리 대상에 포함되면 주거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계층일수록 대출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는 전세 시장 불안과 월세 전환 가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 9·7 대책은 지역이 한정돼 있어 지난 6·27 대책만큼 파급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전세대출 DSR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라면 점진적으로 도입돼야 하고, 급진적으로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면 시장의 혼란과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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