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이라크 초대형 프로젝트 연이은 성공GS건설·현대ENG 수주 정체, 경쟁력 우려글로벌 시장서 드러나는 건설업계 실적 격차
19일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정보와 각 사 공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카타르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로부터 2000MW급 태양광 발전소 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했다. EPC(설계·조달·시공) 계약 금액만 1조4600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이 수행한 태양광 발전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물산은 이미 올 상반기 UAE·호주·루마니아·미국 등에서 수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다. 이번 카타르 계약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해외 수주 누적 금액은 약 8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현대건설의 성과도 뚜렷하다. 최근 이라크에서 하루 500만 배럴 규모의 용수를 처리할 수 있는 초대형 해수처리 플랜트 공사 시공권을 확보했다. 총 사업비는 약 30억 달러(약 4조1700억원)다. 이라크의 대규모 원유 증산 계획과 맞물려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이 계약으로 올 들어 누적 해외 수주액 38억 달러(약 5조1500억원)를 기록하며 지난해 해외 수주 부진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전통의 강자들도 만만치 않다. 대우건설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12억 달러(약 1조7600억원) 규모의 미네랄 비료 플랜트를 수주하며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삼성E&A(구 삼성엔지니어링)는 아부다비 국영기업 ADNOC이 발주한 2조5000억원 규모 메탄올 플랜트 EPC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일부 건설사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S건설의 올해 해외 신규 수주액은 1억8700만 달러(약 2600억원)에 그쳤다. 매년 1조원이 넘는 실적을 올리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특히 해외 수주 기반이던 GS이니마 지분을 매각하면서 해수담수·상하수도 분야 실적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현대엔지니어링도 기수주 사업에서 반영된 실적을 제외하면 올해 뚜렷한 대형 계약이 없다. 현재까지의 해외 수주액은 약 10억 달러(1조3800억원)지만 이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아닌 기존 공사의 계약 변경분이 반영된 것이다. 더욱이 일부 해외 프로젝트에서 계약이행보증금(Bond Call) 문제가 불거지면서 손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한화 건설부문 등도 수년째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 소식이 없다. 사업구조 재편, 수익성 개선 등 내부 정비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해외 경쟁력 자체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는 발주 시점도 불확실하고 정치적 변수에 따라 입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기도 한다"며 "다만 하반기 중반부터는 중동·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입찰 움직임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가 본격 회복세에 들어설 경우,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들이 먼저 치고 나갈 수밖에 없다. 반면, 대응 전략 없이 손 놓고 있는 기업들은 또 한 해를 침체 속에 보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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