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의 개편 나섰지만 후퇴···내부선 불협화음지난 2월 합류한 홍민택 CPO 리더십 의문 제기AI 등 업데이트는 일정대로···잡음 장기화 우려
30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따른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존 '친구 목록'을 친구 탭의 첫 화면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런 친구탭 개선 방안은 개발 일정 등을 고려해 4분기 내에 적용할 계획이다. 당장 되돌리지 않는 건 이미 짜여진 개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카카오톡은 내달부터 자체 에이전트 인공지능(AI)를 카카오톡에 심는 '카나나 in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예정돼있다.
카카오는 최근 개편을 통해 이용자 개개인의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볼 수 있는 친구 탭에 사진 등이 강조되는 피드를 지난 23일부터 도입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SNS)과 비슷한 형식이다.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서비스 시작 15년만에 이뤄진 대개편으로, 카카오 내부에서 '빅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업데이트 직후 '메신저로서의 본질을 잃었다'며 이용자들이 거센 반발이 나오자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올해 역점 사업이 이용자 비판에 직면하게 되면서 카카오 내부에선 개편을 주도한 홍민택 CPO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중이다.
홍 CPO는 토스뱅크 대표 출신으로 지난 2월 카카오에 영입된 인물이다. 영입 이후 홍 CPO는 카카오 조직도상 메시징&소셜, 비즈니스&광고, 커머스&랩, 공통플랫폼 등으로 사실상 수익화가 가능한 사업 전부를 맡고 있다. 카카오가 2021년 이후 매출이 매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수익성 하락 문제에 직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래 성장성을 좌우할 키맨으로 투입된 것이다.
내부 직원들이 이번 업데이트 후퇴 원인으로 홍 CPO를 거론하는 건 그의 독단적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들이 쏟아지면서다. 업데이트 직후 이용자들의 혹평이 쏟아지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회사 이름이 카카오로 된 임직원들의 불만 섞인 글들이 지속적으로 게시됐다. 한 카카오 직원은 이번 개편의 리더로 홍 CPO를 지목하며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다"라며 "개발자 욕은 하지 말아 달라, 시키는 대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홍 CPO 합류 이후 토스 출신 인재 채용이 이어졌는데, 채용 과정의 적절성에 의문을 품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른 카카오 직원은 "(토스뱅크 출신인) 홍 CPO가 토스 출신들을 카카오에 낙하산으로 영입시켰다"며 "일부 임직원들의 경우 서비스 직군으로 채용한 뒤 개발 직군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편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일단 이번 업데이트를 되돌리는 결정을 내렸지만 내달 AI 관련 업데이트는 예정대로 진행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 혼란에 이어 내분까지 이어지면서 카카오 안팎의 잡음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카카오 직원은 "색출 작업에 나설까봐 업데이트에 관해 언급하긴 어렵다"면서도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 홍 CPO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건 맞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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