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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4년 전엔 아니라더니"···'경영권 분쟁' 시인한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

산업 재계

"4년 전엔 아니라더니"···'경영권 분쟁' 시인한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

등록 2025.10.01 16:07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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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없는' 교환사채 반대 메시지에 '이사회 입성' 재도전 예고로 도마 위일각선 "석유화학 불황에 불필요한 갈등 부추겨" 지적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역시 경영권이 목적이었나?"

금호석유화학에 다시 '전운'을 몰고 온 오너일가 박철완 전 상무의 돌발 발언에 뒷말이 쏟아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들여다보면 결국 경영권을 염두에 둔 것임을 인정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례 없는 불황 속에서도 금호석유화학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온 만큼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재계에 따르면 박철완 전 상무는 전날 입장 자료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하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으니 이에 찬성하는 이사회 구성원을 상대로 일반 주주와 함께 법률상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그 요지다.

교환사채는 회사채의 일종인데, 발행 기업의 보유 주식(자사주, 타사주)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는다. 이를 인수하는 기업은 향후 약정한 이자를 얹어 원금을 돌려받을지 혹은 주식으로 바꿀지 선택하면 된다. 다만 자사주가 시장에 풀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주가에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박 전 상무의 행보에 재계에선 의구심 섞인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교환사채 발행 여부에 대해 따로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회사는 올해만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총 1000억원 규모)를 소각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논란을 키우는 쪽은 그 다음 대목이다. 박 전 상무가 "아직 경영권 분쟁은 끝나지 않았고, 추가 지분 매입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간의 모든 행보가 경영권과 무관치 않다는 의미여서다.

4년 전과 180도 다른 태도다. 처음으로 주주제안에 나선 2021년에만 해도 박 전 상무는 그 목적이 회사의 발전에 있음을 거듭 주장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는 "주주제안의 진위를 조카의 난으로 치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비운의 오너일가도 삼촌과 경쟁하는 조카도 아니며, 조직 구성원이자 최대주주인 특수한 위치를 최대한 활용해 금호석화의 도약을 이끌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가운데 박 전 상무로서는 이번 입장문을 통해 세간에 삼촌과의 분쟁을 공식화한 셈이 됐다. 그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다. 상반기 기준 9.51%의 지분을 들고 있는 개인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상법 개정과 맞물려 변모하는 경영환경이 박 전 상무를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로 현 경영진의 후보가 아닌 사람도 이사회에 입성할 수 있게 됐으니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복수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서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가령 이사 3명을 뽑을 경우 1주를 가진 주주는 총 3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이를 한 명에게 던져도 된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다. 글로벌 수요 침체와 중국산 공급과잉 등 전례 없는 불황으로 석유화학 업계가 침체된 와중에 박 전 상무가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어 발목을 잡았다는 인식이 앞선다.

게다가 금호석유화학 내부적으로도 이렇다 할 문제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석유화학 기업이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반면, 이 회사는 상반기 18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경쟁사가 기초화학 부문에 집중하는 사이에 SSBR(합성고무) 등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기초 체력을 키운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경영에 대해서 만큼은 흠잡을 일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박 전 상무도 오너가(家) 일원이자 주요 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현 체제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그는 박찬구 회장과의 분쟁을 시작한 이래 자신의 사내이사 선임 등을 포함한 여러 안건을 앞세워 표 대결을 벌였으나, 동의를 얻지 못하며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위기 국면 속에 박 전 상무가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위기 대응과 사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데, 불필요한 분쟁이 기업 신뢰도와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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