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지방금융 공급 120조원까지 확대···"수도권 쏠림 해소 총력"

2028년까지 정책·민간금융 모두 지역 중심으로 재편

정책금융 목표제 신설해 지방기업 자금 접근성 강화

"현장서 체감할 수 있는 지방우대정책 정교하게 추진"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금융위원회가 수도권 편중을 완화하고 지역의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방우대 금융' 정책을 본격화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2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생산적금융 대전환 제２차 회의'에서 "정책금융의 지방공급 비중을 2028년까지 45%로 확대해 지방의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 9월 출범한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의 세 번째 일정으로,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 은행연합회, 부산시, 지역 중소·중견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생산적금융 대전환을 강조한 이후 자금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며 "주력산업 활력 제고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지수가 3800선을 넘어서며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서 비롯됐다"며 "금융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미래산업 육성이라는 본래 목적을 벗어나 수도권 쏠림을 심화시킨 점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자금공급 비중은 40% 수준으로, 지방의 인구(49.4%)나 GRDP(47.6%)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수도권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위해 정부와 금융권 모두가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금융 수요자들이 지방 우대를 체감하고, 지역 기업이 성장의 한 축으로 다시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지방우대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한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정책금융기관의 지방공급 규모를 늘리고 지역 맞춤형 상품을 대폭 확대한다. 내년부터 산업은행·기업은행·신보·기보 등 4개 기관에 '지방금융 공급확대 목표제'를 신설해 현재 40% 수준인 지방공급 비중을 2028년까지 45%로 상향한다. 이를 통해 지방에 대한 연간 자금공급액은 현재보다 25조원 늘어난 1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기관은 연도별 목표를 세우고, 금융위원회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정책금융협의회를 통해 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정책금융기관들은 지방이전 기업과 지역주력산업, 경영애로기업을 대상으로 한도와 금리를 우대하는 지방 전용 대출·보증상품을 신설하고, 기존 우대항목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역 중소·벤처기업, 지역 인프라, 지역특화기업 등에 투자하는 전용펀드를 조성해 민관이 공동으로 투자에 참여한다. 또한 '국민성장펀드'의 총 조성액 중 40%를 지방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해 미래 성장동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민간금융권의 지방 자금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개선이 추진된다. 지방소재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예대율 규제 수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내년 중 시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지역재투자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세부방안을 마련한다. 금융위는 지방은행의 영업망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간 공동대출 및 대리업을 활성화하고, 지방은행 간 협업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책금융기관의 지역 거점체계도 확대해 지역 맞춤형 금융이 강화된다. 산은 등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권역별 거점본부에 심사 기능을 부여해 청년과 기업인이 본사 방문 없이 대출 및 투자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남부권 투자금융본부와 같은 체계를 충청권 등 타 권역으로 확산하고, 각 기관별 지역 벤처보육시설을 확충해 프로그램 간 연계를 강화한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동남권투자공사' 설립도 관계부처 및 기관과 협의해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 기업과 산업현장 관계자들은 지방에 더 좋은 조건으로 자금이 공급되는 계획에 환영 의사를 표하면서, 자동차부품 등 전통 수출산업의 관세충격 완화를 위한 금융지원 확대와 지방투자 전용펀드의 지속적 확대를 건의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지방의 산업적 역량이 우리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민간과 정책금융기관이 힘을 합쳐 총력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 직후 이 위원장은 부산 지역 중견기업 '에스에이치팩'을 방문했다. 해당 기업은 건설 중장비용 유압실린더를 국산화해 글로벌 5위권에 진입한 업체로, 그는 생산설비를 둘러보며 지역 산업 현황과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위원장은 "지역경제를 이끄는 기업의 현장을 직접 보니 그 중요성이 더욱 실감된다"며 "앞으로도 현장과의 소통을 이어가며 실제 수요 기반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