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 지원 정책이 불러온 시장 혼란고신용자와 저신용자 금리 뒤집힌 현실

기본적으로 금융시장에서는 신용도가 높은 사람은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반면 신용도가 낮은 사람은 그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신용도에 따른 '구분'일 뿐이지 절대 '차별'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이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보다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성실히 돈을 갚으며 열심히 신용을 관리해온 사람 입장에서는 황당할 따름이다.
은행별로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를 뜯어보면 역차별 현상이 확연히 드러난다. 신한은행의 신용점수 601~650점 대출자 금리는 평균 연 7.72%로 나타났다. 반면 600점 이하 대출자 금리는 연 7.49%로 신용도가 높은 이들보다 0.23%포인트(p) 낮게 돈을 빌릴 수 있다. 하나은행은 701~750점 대출자 금리가 4.36%로 751~800점 대출자 금리(4.41%)보다 0.05%p 낮았다.
NH농협은행 역시 601~650점 대출자 금리는 6.19%로, 600점 이하 대출자 금리(5.98%)보다도 높았다. 이외에도 SC제일은행, iM뱅크, iBK기업은행 등에서도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역차별 현상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 시작됐다. 이재명 정부는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분명히 했고 이에 은행권 역시 화답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금융시장 기본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추후 이자수익 방어를 위해서 고신용자의 가산금리를 더욱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계급제가 아니냐"며 이를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지난 9월에는 "고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높여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인식의 차이에서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고신용자는 신용이 높은 사람이지, 고소득자나 자산가가 아니다. 물론 고소득자나 자산가가 고신용자일 수는 있지만 그 반대가 무조건 성립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발언은 마치 고신용자가 삶이 넉넉하니 취약층인 저신용자를 위해 모든 걸 양보하라는 식의 강요로 느껴져 결국 고신용자에게 박탈감이 생기게 만든다. 이는 결국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대립 구도를 형성하기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은행권 역시 대통령의 '금융계급제' 언급에 헷갈려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분명 경제적 약자를 돕기 위해 서민 금융의 안정을 더 강구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이를 잘못 해석해 기본 시스템을 왜곡해가며 고신용자에게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금융권에는 분명히 기본 질서가 있다. 그리고 세상에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왜곡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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