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이해관계로 충돌"···울산·여수는 안갯속 정부 "계획안 연말까지···넘기면 각자도생" 엄포
26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이날 석유화학 사업재편 계획에 대한 정부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의 재편안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NCC 공급과잉 현상을 해소하고자 마련됐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 뒤 이를 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합작사)과 합병함으로써 NCC를 일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산단지 내 양사의 연간 NCC 생산능력은 롯데케미칼 110만톤, HD현대케미칼 85만톤으로 추정된다. 그 중 수십만톤을 줄이는 수준으로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 운영을 멈춘다고 가정하면 최대 110만톤을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세부 계획은 정부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문제는 감축 규모가 정부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8월 공유한 석유화학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연말까지 NCC 생산능력 270만~370만톤 감축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다. 국내 전체 생산능력(1470만톤)의 18~25%로, 대형 NCC 2~3기를 통째로 정리해야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통합안으로는 목표의 약 30%만 채우는 데 그친다.
여수·대산·울산 3개 단지에서 동시다발적 구조조정 논의가 오가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양상을 띠는 것으로 파악됐다. 타사의 설비를 떠안으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고, 사업을 넘기면 성장 동력을 잃는 탓에 각 기업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서다.
울산만 봐도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등 3사가 외부 컨설팅 기관을 통해 재편안을 검토 중이지만,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에쓰오일은 대주주 아람코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고, 대한유화는 손해를 볼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는 탓에 이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공급과잉에 흔들리고 있지만 NCC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생활용품부터 전기전자·컴퓨터·자동차·건설 등 모든 산업과 연결돼 있는데, 이를 수입에 의존했다간 부담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대처가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는 이해지만, 지금처럼 명확한 지침 없이 지켜보기만 한다면 실질적인 움직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진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중재자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라리 정부가 설비통합 계획을 수립해 기업별로 지정을 해주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따를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눈치싸움만 계속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이런 형국이 계속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단 12월엔 구조조정 움직임이 보다 선명해질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정부가 제출 시한을 연말로 못 박았으니 기업도 성의를 보여야 해서다. 여수에선 LG화학과 GS칼텍스 그리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설비 통합안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연말까지 제출된 계획서를 신속히 심의하고, 자구노력의 실효성과 계획의 구체성을 따져 승인 시점에 지원방안도 함께 내놓을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여수 산단에서 열린 '석화 사업재편 간담회' 중 사업재편계획서 제출기한을 연장할 계획은 없으며, 이를 맞추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뜻을 재확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요구에 발맞춰 모든 기업이 계획서를 내야 하니 마감 시점엔 현재보다 나은 방안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실행 방식이나 시기 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기대하는 효과가 언제 현실화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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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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