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바이오 펩트론, 릴리 기술평가 기간 재공시···투자자 신뢰 회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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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트론, 릴리 기술평가 기간 재공시···투자자 신뢰 회복 과제

등록 2025.12.04 14:23

이병현

  기자

연구 일정 14개월서 24개월로 연장신공장 착공 지연 겹치며 불확실성 심화

펩트론, 릴리 기술평가 기간 재공시···투자자 신뢰 회복 과제 기사의 사진

펩트론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진행 중인 플랫폼 기술평가 계약과 관련해 핵심 정보를 정정 공시하면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실제 계약서에는 평가기간이 '최장 24개월'로 명시돼 있었지만 회사는 별도로 설정된 14개월 연구개발 일정만 먼저 공개해 시장 기대를 높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펩트론은 지난 1일 정정 공시를 통해 릴리와의 기술평가 종료 가능 시점을 내년 10월 7일로 수정했다. 종전 공시에서 제시된 올해 12월 초 대비 최대 10개월 늦춰진 일정이다. 이 정정은 한국거래소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계약서에 이미 존재하던 정보가 뒤늦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공시 과정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했다.

정정 공시 직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펩트론 주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일정 변화가 투자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펩트론은 릴리와의 기술평가 계약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고, 평가 종료 후 본계약 체결 가능성은 주가 상승의 중요한 근거였다. 특히 릴리의 비만 신약 '젭바운드'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제형 플랫폼이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실제로 계약 발표 전 5만 원대였던 주가는 공시 후 7거래일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했고 지난 7월에는 30만 원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장기간 해소되지 않자 최근 투자자들은 점차 관망 기조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여기에 오송 제2공장 착공 지연도 우려 요인으로 추가됐다. 펩트론은 지난해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약 1600억원을 조달해 신규 생산시설 구축에 나섰다. 회사는 이를 통해 장기지속형 제형 생산능력을 기존의 10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릴리와의 협력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착공 승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펩트론은 지난 3일 공시를 수정해 투자기간 종료일을 2026년 12월에서 2027년 6월로 연장했다.

회사 측은 "승인만 나오면 즉시 착공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지만 생산 능력 확보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춰질 가능성은 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정 연기 이슈가 최근 몇 년간 반복된 '기대 대비 성과 부진' 사례들과 이어지며 투자자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펩트론은 2019년 미국 소재 제약사와 항암 항체신약 후보물질(PAb001)의 물질이전계약(MTA)을 체결했으며 2021년에는 중국 치루제약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치루제약이 임상시험에 진입하지 않으면서 올해 초 양사 합의로 계약이 해지돼 기술을 반환받았다. 회사는 해당 파이프라인이 비주력 자산이라고 설명하지만, 기대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반복된 점은 투자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펩트론은 기술평가 정정 공시에 대해 "릴리와의 플랫폼 기술평가 계약은 '평가 종료 시점'만 규정되어 있으며 이는 계약 변경이 아니라 공시 정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물질에 대한 연구활동이 추가되며 평가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계약서상 '평가기간은 계약일부터 최장 24개월을 넘을 수 없다'는 조항이 존재했다"며 "계약서에 기재된 최대 기간을 공시에 반영하라는 거래소 요청에 따라 수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정정 공시로 기술평가 종료 일정과 신공장 구축 일정이 모두 조정되면서 펩트론이 향후 릴리와의 본계약 체결 가능성을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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