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평균 1422.16원 'IMF 이후 최고'...새해 들어 다시 상승세작년 12월 외환보유액 7개월 만에 감소...환율 방어 여파 본격화1400원대 고환율에 "펀터멘털 괴리" 우려도...대외 악재도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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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원·달러 환율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기록
고환율 장기화 우려와 함께 외환보유액도 7개월 만에 감소세 전환
경제 전반에 고환율 리스크 확산
2023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 1,422.16원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연평균 1,398.39원 상회
최근 환율 1,440~1,450원대 등락 지속
외환보유액 전월 대비 26억달러 감소
외환당국 구두개입·외환스와프 등 안정화 대책 효과 제한적
수입업체 결제 수요와 저가 달러 매수세로 환율 하락 제한
원화 약세 장기화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이창용 한은 총재 "환율,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 커 우려"
정치권, 한은의 유동성 공급과 통화정책 실패 책임론 제기
전문가들, 단기 대책보다 구조 개혁 등 중장기 대응 필요성 강조
미국 연준 금리 인하·경기 부양책 등 대외 변수 불확실성 확대
국내 투자 매력·성장률 부진이 원화 약세 압력 지속
생산성·장기 성장률 제고 위한 구조 개혁 요구 커질 전망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연평균 환율은 1,422.16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한국 경제 흑역사로 꼽히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연평균 환율(1,398.39원)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연말 원·달러 환율은 1439.0원으로 마감하면서 연말 종가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외환당국은 강력한 구두개입과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증액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쏟아내면서 급등세에 제동을 걸었다. 다만 점차 환율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등 그 효과는 금세 줄어드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이며 외국인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입업체들의 결제 수요가 꾸준한 데다 환율이 소폭 하락할 때마다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하단을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원화 약세 장기화'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환율을 막기 위한 당국의 시장 안정화 대책은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2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전월 말(4306억6000만달러)보다 26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외환당국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작년 5월 이후 7개월 만에 감소 전환한 셈이다.
지속되는 고환율은 실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환율은 수입 원자재 및 중간재 가격 상승을 유발해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 물가를 자극한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 기업의 투자는 위축되고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고환율과 관련해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1400원대 후반까지 올라 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괴리가 큰 수준"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환율 불안이 지속되자 책임 공방도 격화됐다. 정치권에서는 한국은행의 유동성 과잉공급을 지적하는 등 책임론이 부각됐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창용 총재는 2022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일어나자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RP를 매입하고 최근에는 국고채도 매입했다"며 "단기유동성을 대거 공급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은의 통화 정책 실패, 한은 총재의 책무에 대한 인식 부재 등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대외 환경 역시 한국 경제에 우호적이지 않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임기가 올해 5월까지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기 의장으로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인물을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시중 자금을 늘려 곧 미국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미국 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로 이어져 원화 강세를 이끌어낸다는 공식이 깨진 상황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경기 부양책도 예고하고 있다. 이는 곧 미국 증시에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져 미국 증시 호황을 이끌게 된다. 이 경우 고환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서학개미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내에서 달러를 바꿔 미국 주식을 사는 수요가 늘수록 원화 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고환율로 인한 부정적 여파가 깊어지자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해법이 아닌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환율이 일시적으로 안정되더라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좋지 않아 원화 환율이 다시 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국가 통화 가치는 결국 성장률과 투자 매력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크다"며 성장률 부진이 정책 여력 약화와 원화 약세로 연결되고 있는 만큼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특히 생산성과 장기 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 개혁이 필수"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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