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공공주택 외친 정부, LH 사장은 공석···정책이 굴러가겠나

오피니언 기자수첩

공공주택 외친 정부, LH 사장은 공석···정책이 굴러가겠나

등록 2026.03.12 15:50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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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할수록 한 가지 장면이 더 선명해진다. 정작 그 정책을 실행할 핵심 기관의 수장은 오랫동안 비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야기다. 공공주택 정책의 핵심 축을 맡은 기관이지만 사장 자리는 수개월째 공석이다.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이보다 더 분명할 수 있을까.

LH 사장 자리는 지난해 10월 이한준 전 사장이 퇴임한 이후 지금까지 채워지지 않고 있다. 후임 선임 절차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후보 추천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지면서 인선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들이 내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되자 정부가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임추위 재구성 이야기까지 나오며 절차는 길게 늘어졌다.

최근 임추위 재편이 이뤄지며 인선 절차가 다시 움직일 가능성은 생겼지만, 이미 공백은 지나치게 길어졌다. 공공기관장 인사가 늦어지는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LH처럼 정책 수행 역할이 큰 기관에서 수개월째 수장이 없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LH가 맡고 있는 과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공주도 주택 공급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3기 신도시 조성과 공공주택 건설 등 대형 사업 대부분을 LH가 수행한다. 공공주택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LH가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LH는 사실상 임시 체제다.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화되면 조직은 필연적으로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굵직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중장기 전략 역시 미뤄지기 쉽다. 정책 실행의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LH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사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정기 인사와 조직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직이 장기간 '대행 체제'로 운영되면 자연스럽게 책임 있는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결국 조직 전체의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메시지의 불일치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정책을 실행할 조직의 리더십 공백을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 정책의 중요성을 말로 강조하면서 정작 실행 조직의 안정성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다.

물론 공공기관장 인사는 신중해야 한다. 검증 과정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신중함과 지연은 다른 문제다. 정책의 핵심 기관을 수개월째 공백 상태로 두는 것은 신중함이라기보다 관리 부재에 가깝다.

주택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 분야다. 공급 일정이 늦어지면 시장 불안은 더 커진다. 정책의 속도와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LH 사장 공백 장기화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실행력의 문제다.

공공주택 정책의 성패는 결국 LH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그 조직의 방향을 잡을 수장이 오랫동안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공주택을 늘리겠다는 정책 의지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려면, 그 정책을 집행할 조직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LH 사장 자리는 더 이상 미뤄 둘 자리가 아니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정책의 신뢰도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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