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차 만드는 현대로템, '로봇·수소·우주' 꺼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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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만드는 현대로템, '로봇·수소·우주' 꺼낸 이유

등록 2026.03.22 12:02

김제영

  기자

조직개편·신사업 투자 자금 집행, 미래 사업 '속도'우주 사업 구체화···기존 사업서 신성장 동력 확장현대차그룹 차원 미래 전략과 연계, 역할 재정의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로봇, 수소, 우주항공. 이들 키워드의 공통분모는 '미래사업'이다. 전차와 철도 등 하드웨어 기반 전통 제조업을 이끌어 온 현대로템의 시선이 미래로 향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 신사업 진출이라기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전략과 맞물린 흐름으로 읽힌다.

현대로템은 올해 들어 조직개편과 투자 확대를 통해 신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수소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항공우주사업 조직을 강화하는 등 구조를 재편했다. 동시에 올해부터 향후 3년간 1조8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를 집행하며 이전 기간 대비 약 4배 늘린 자금을 미래 사업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 사업 다각화가 아닌 기업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기존 철도·방산 등 지상 중심의 전통 제조업 포트폴리오에서 인공지능(AI)·로봇, 수소, 항공우주 등 미래 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한 단계 도약하려는 흐름이다.

이중 눈에 띄는 점은 우주항공사업의 구체화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주발사체용 메탄엔진 기술 개발 과제에 착수했다. 또 최근 전북 무주에 차세대 유도무기와 우주발사체 엔진을 생산하는 항공우주 산업기지를 짓기로 했다.

사실 우주항공사업은 완전히 새로운 진출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 2004년 현대모비스로부터 우주사업부문을 이관받으며 조직상 기반은 존재했다. 그러나 그동안 하나의 사업 영역으로 부각되지는 못했다. 다만 최근 민간 주도 우주 산업이 성장하면서 관련 시장이 확장되는 가운데, 현대로템도 우주항공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수소 사업 역시 기존 플랜트 사업과 기술적 접점을 기반으로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수소기관차 기술 개발을 포함해 수소충전 설비 제작 등 생산·저장·운송을 아우르는 인프라 구축 역량을 키우고 있다. 로봇 사업은 방산 무인화·AI 자율주행 역량을 결합하는 방향이다.

현대로템의 미래 사업은 기존 하드웨어 기반 제조 역량을 확장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략이 있다. 그룹 차원에서 로봇과 AI, 수소 등 미래 사업을 핵심 축으로 키워 가는 가운데, 계열사별 역할이 재정의되는 흐름이다.

현대차그룹이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로보틱스·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면, 현대로템은 지상 방산과 철도를 넘어 '산업 인프라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우주항공 분야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차별화된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현대로템은 우주항공 인프라와 밸류체인 내 역할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개별 기업의 신사업을 넘어, 현대차그룹 전체가 미래 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 전환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전차와 철도를 만들던 기업이 로봇과 수소, 그리고 우주에 나선 배경에는 산업 구조 변화라는 더 큰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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