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감사위원회 권한 분산에 감시 효과 '의문' 제기농협금융, 위탁선거법 위반 조합장 출신 비상임이사 포함시중은행 금융사고 오히려 43% 급증···견제기능 물음표
금융지주사들이 연이어 터지는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한 지 1년이 지났으나 내부통제에는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10억 미만 소액 금융사고는 1년 전 대비 급증하며 디지털 금융의 사각지대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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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들이 내부통제위원회를 도입한 지 1년이 지났으나 금융사고가 오히려 증가
10억 미만 소액 금융사고 다수 발생하며 디지털 금융 사각지대 확대
내부통제위원회 운영이 형식적이라는 비판 지속
2024년 대비 2025년 금융사고 43% 증가, 86건→123건
신한은행 7건→27건, 하나은행 10건→33건으로 급증
10억 미만 사고가 전체의 다수를 차지
사기, 횡령 등 내부자 연루 사고 다수
온정주의적 조직문화와 형식적 내부통제위원회 운영이 사고 예방에 한계
일부 위원회는 개최 횟수 적거나 주요 이슈 논의 미흡
비상임이사 등 논란 있는 인사가 위원회에 포함되는 사례 존재
위원회 개최 수 적은 곳은 이사회·감사위원회 등 타기구에서 역할 분산 주장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중심 구조의 감시 한계, 전문성 부족 지적
위원회가 체크리스트 채우기식 운영에 그친다는 비판 많음
올해 사외이사 교체 규모 작아 내부통제위원회 대대적 변화 기대 어려움
정부, 이해충돌·윤리성 등 문제 지적하며 감시 강화 요구
전문가들 실질적 감시체계 도입과 CEO 책임 강화 필요성 강조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고질적 문제인 온정주의적 조직문화와 내부통제위원회의 형식적인 운영이 금융사고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사고 예방책으로 내부통제위원회와 책무구조도를 꺼내들었지만 현재의 '거수기 이사회' 운영과 낮은 전문성으로는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년 간 5대 금융지주 내부통제위원회 총 25회 개최
내부통제위원회의 역할은 내부통제의 기본방침 및 전략을 수립하고 임직원의 직업윤리와 준법정신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의 정착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금융지주의 내부통제위원회의 경우 지주회사의 내부통제에 대한 의사결정기구로서 역할도 수행한다. 구성요건은 사외이사 과반수 이상, 위원장 또한 사외이사가 맡아야 한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의 내부통제위원회는 총 25번 열렸으며 61개의 안건이 논의됐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신한금융지주가 총 7회 위원회를 개최해 가장 활발하게 위원회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의 경우 내부통제위원회를 통해 내부통제 기본방침 외에도 윤리준법경영 체계 및 추진 과제를 논의했다. 또한 주기적으로 그룹 주요 금융사고를 보고하고 임원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 이행 점검 결과도 적극적으로 살펴봤다.
우리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는 각각 6회 위원회를 열었다. 우리금융은 2024년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 후 가동된 윤리경영실 성과평가와 올해 사업계획을 내부통제위원회에서 결의한 점이 눈에 띈다. 농협금융도 익명제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안, 금융소비자보호 업무추진계획안 등을 내부통제위원회에서 다뤘다.
시중은행의 경우 금융지주 대비 좀 더 활발히 위원회를 운영했다. 부당대출 사고를 겪은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총 10회 위원회를 열고 21개 안건을 다뤘으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7회 위원회를 열었다.
위탁선거법 위반 인물 포함한 농협···소극적 회의 개최한 하나
내부통제위원회 운영에 소극적인 곳도 존재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내부통제위원회가 지난해 상·하반기 각 1회씩 열렸다. 하나은행 또한 4대 시중은행 중 위원회 개최 수가 가장 적은 5회에 머물렀다.
하나금융은 4월 열린 내부통제위원회에서 ▲내부통제위원회 위원장 선임 ▲내부통제 기본방침 및 전략 수립 ▲임직원의 직업윤리와 준법정신을 중시하는 조직문화 정착 방안 ▲그룹자금세탁방지업무규정 개정안 ▲내부통제위원회규정 개정안 등을 결의 및 심의했다. 하반기 열린 회의에서는 임원 및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 점검·평가 결과와 임직원의 직업윤리 조직문화 정착 방안 이행 현황을 보고받았다.
단, 타사의 사례처럼 그룹 주요 금융사고나 하반기 주요 이슈였던 사이버보안 대응현황 등을 보고받은 기록은 없었다. 책무구조도 운영실태에 대한 보고나 개정안에 대한 심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신한금융, 농협금융의 경우 책무구조도 운영규정 개정을 내부통제위원회에서 심의 후 이사회 안건으로 올렸고 KB금융 내부통제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책무구조도 운영실태 임점점검 결과 보고를 받았다.
하나금융 측은 이에 대해 타금융지주와 달리 이사회 내 위원회의 권한사항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책무구조도의 경우 이사회 내 위원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직접 검토하고 있으며 관계회사 금융사고의 경우 내부통제위원회가 아닌 감사위원회에서 보고를 받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월과 7월 열린 회의에서 관계회사 금융사고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위원회 개최 수는 적지만 타사에서 논의한 안건이 이사회 내 각 위원회에서 대체로 소화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하나금융의 경우 일찌감치 소비자보호위원회도 운영하며 관련 내부통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의 경우 위원회 구성에서 잡음이 일었다. 논란의 대상은 지난 3월 말 임기가 만료된 박흥식 전 비상임이사다. 박 전 이사의 경우 위탁선거법 위반으로 지난해 6월 벌금형을 받았으나 지난 3월 말 임기만료 전까지 자리를 유지했다. 또한 비상임이사 신분으로 내부통제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5대 금융지주 중 내부통제위원회에 내부 인사인 비상임이사가 포함된 곳은 농협금융지주 뿐이다.
위탁선거법 등의 벌금형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금융관계법령과 무관해 이사 자격요건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지만 임직원의 직업윤리와 준법정신을 관리해야 하는 내부통제위원회 성격상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농협 특별감사 결과 발표에서 박 전 이사에 대해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 후보가 위탁선거법 위반으로 자격이 없음에도 금융지주 준법감시인 사전심의에서 해당 후보자의 전문성, 직무 공정성, 윤리성·책임성, 충실성 등에 대해 적합으로 판정했다"고 지적했다.
내부통제 강조하자 더 늘어난 금융사고···이유는
내부통제위원회의 실질적 효과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적발건수는 2024년 대비 43%나 급증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금융사고의 경우 내부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더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금융사고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2024년 86건 대비 37건 늘어난 123건으로 집계됐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경우 전년대비 금융사고가 감소했으나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늘어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2024년 7건에서 2025년 27건으로 금융사고가 대폭 늘었다. 21건이 10억원 미만 사고였으며,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금융사고가 6건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사기(12건)와 횡령(6건)이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도 2024년 10건에서 2025년 33건으로 두 배 이상 금융사고가 늘어났다. 하나은행 역시 27건이 10억원 미만 금융사고였으며 100억원 이상 금융사고도 1건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27건이 사기였으며 배임과 금품수수도 각 1건이 적발됐다.
우리은행도 횡령(2건), 배임(1건), 사기(11건) 등 총 23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부통제 매뉴얼은 어느정도 갖춰졌지만 실제 사고율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며 "금융사고를 줄이려면 CEO가 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해 책임을 지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의 내부통제위원회가 제대로 된 감시자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비판도 나온다.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해 '거수기 이사회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 소위원회만 늘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대면 거래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급격히 확산되는 속도를 내부통제 시스템의 고도화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며 새로운 형태의 횡령이나 부정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며 "내부통제위원회가 마련됐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크리스트 채우기' 식의 형식적 운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인 감시 체계보다는 면피성 절차로 형식적으로 위원회가 운영되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금융권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와 온정주의가 내부 고발이나 엄격한 상호 감시를 저해하고 있다"며 "영업부서와는 독립된 강력한 권한을 가진 준법 감시인을 현장에 전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내부통제위원회 변화 미미···금융사고 감시 가능할까
한편 올해 각 금융지주 사외이사진 교체가 많지 않은 만큼 내부통제위원회의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올해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가운데 교체된 인원은 총 7명이다.
KB금융의 경우 내부통제위원회 구성원이 지난해와 동일하다. 이명활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조화준·최재홍·김성용 사외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곽수근 사외이사가 내부통제위원회에서 제외되며 양인집 사외이사가 합류했다. 위원장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최영권 사외이사가 맡으며 배훈, 송성주 사외이사도 지난해에 이어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양 사외이사는 지난해 신한금융 이사회에 합류한 인물로 쌍용화재보험 대표, 하이트진로 해외사업총괄사장을 거쳐 어니컴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우리금융도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이 교체됐다. 위원장은 김춘수 사외이사에서 새롭게 합류한 정용건 사외이사로 변경됐으며 이강행 이사가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 사외이사는 금융소비자보호 단체인 '금융감시센터' 대표로 활동하며 금융시장 감시, 불완전판매 방지, 금융취약계층 지원 등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아직 내부통제위원회 구성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하나금융은 위원장을 제외한 이준서·이재술·이재민 사외이사의 참여만 결정된 상태로, 이달 열리는 회의에서 위원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술, 이준서 사외이사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위원 명단에 포함됐으며 이재민 사외이사는 새롭게 합류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에서 위원회 구성이 결정될 예정이다. 관건은 올해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에 선임된 김원식 이사의 내부통제위원회 합류 여부다. 농협금융은 앞서 정부 특별감사에서 조합장 출신의 계열사 비상임이사 선임에 대해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받았음에도 올해 주주총회에서 김 이사의 선임을 강행했다. 특히 정부는 회원조합이 계열사 사업의 잠재적인 고객임에 따른 이해충돌 가능성 등을 지적한 바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가 개최되지 않아 내부통제위원회 구성원을 알 수 없다"며 "지난해에는 내부통제위원회에 비상임이사가 포함됐으나 올해도 동일하게 유지될지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가 외부인으로 내부 감시에 적합할 것이라는 것부터가 '오류'라고 지적한다.
서 교수는 "사외이사가 여러 소위원회를 겸직하는 경우 우선 전문성과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비전문가가 소위원회에 참여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현재 구조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외이사로 내부통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사외이사가 외부인으로 기업 내부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인데 실제로 독립성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는 현재 구조가 좋을 수 있겠으나 감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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