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노조 첫 성립···조합원 수 7만4000명"총파업 시 회사에 20~30조 손실" 경고23일 3만~4만명 결집 예상···"투쟁 지속"
삼성전자 노조가 사상 첫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가운데 이재용 회장을 향한 직접 대화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최대 20조~30조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노사 갈등이 기업 실적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은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반 노조 지위 확보를 공식 선언했다.
노조는 "(이재용 회장은) 단 한차례도 노동조합과 대화의 자리를 한 적이 없다"며 "법적 근로자 대표로서 진정한 노사 관계의 정립을 위해서 회장님이 직접 밖으로 나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외쳤다.
노조는 삼성전자가 과거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하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노사 관계에서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음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현재의 파행적인 노사 관계에 대해 경영진, 특히 회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날 삼성전자 노조는 조합원 과반수 확보를 공식화했다. 이송이 노조 부위원장은 "2025년 9월 약 6000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2026년 4월 현재 약 7만4000여명에 이르렀다"며 "단 6개월만에 12배 성장해 삼성전자 최초의 과반 노조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과반 노조는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조직한 노동조합으로, 근로자대표 지위를 갖는다. 이에 따라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핵심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와 직접 서면 합의를 체결할 수 있으며,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 권한도 행사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과반 노조 성립이 삼성전자 노사관계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하는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법무법인 마중의 변준우 변호사는 "이번 과반노조 지위 확보는 근로자대표 권한의 실질주 행사와 노사관계 정상화의 법적 토대를 마련한 중요한 성과"라며 "과반수 인정 절차에서 법률적 조력을 제공할 수 있었음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앞으로도 조합원의 권의 보호를 위해 자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3일 대규모 결의대회에 이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약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공동투쟁본부에는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사업장 내 3개 노조가 참여한다.
최승호 위원장은 "이달 23일 결의대회에는 약 3만~4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총파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전 사업장 조합원이 참여해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성과급을 둘러싼 입장 차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는 협상 타결을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하며 수차례 교섭에 나섰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격화됐고 결국 법적 대응에까지 이른 것이다.
실제 회사 측은 국내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재원으로 활용하고, 메모리사업부에는 경쟁사 대비 우위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안이 적용될 경우 성과급 규모는 평균 연봉의 약 600% 수준으로, 1인당 약 5억4000만원에 달한다.
반면 노조는 해당 기준이 미흡하다며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가 전면 수용될 경우 재무적 부담은 급격히 확대된다. 예컨대 영업이익이 270조원 수준일 경우 성과급 재원만 약 40조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배당 총액(11조1000억원)의 약 4배에 해당하며, 연간 연구개발비(37조7000억원)를 상회하는 규모다.
노조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측은 올해 예상 영업이익(300조~310조원)을 기준으로 설비 백업 여력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약 1조원 수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전체 파업 기간 동안 최대 20조~30조원 규모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사 간 대립은 법적 공방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전날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생산라인 점거 등 불법 행위로 인한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신청 대상에는 ▲안전보호시설 운영 방해 ▲장비 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 작업 중단 ▲생산시설 점거 ▲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 등 노조법상 금지된 행위들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합법 파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맞섰다. 최 위원장은 "폭력이나 협박에 의한 쟁의행위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쟁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측이 문제 삼는 노조법 제38조 2항 관련 사항 역시 단체협약상 제조·기술 인력은 협정 근로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법률 검토를 거쳐 정당한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장에서는 노조 내부의 이해관계 문제도 제기됐다. 조합원의 약 80%가 반도체(DS) 부문 소속인 만큼, 성과 배분이 DS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조합원들의 반발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경우 실제로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EVA 기준으로 적자 사업처럼 평가되는 측면이 있다"며 "전사 영업이익이 개선되면 이러한 보상 구조의 왜곡도 함께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블랙리스트' 유출 논란과 관련해서는 일부 조합원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최 위원장은 "일부 조합원이 구성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하려 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분명 부적절한 행위"라며 "회사 역시 수사를 의뢰한 만큼 노조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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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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