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AI 열풍' 이끄는 韓···의료 AI는 아직 '적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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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이끄는 韓···의료 AI는 아직 '적자의 시간'

등록 2026.05.18 17:11

이병현

  기자

생성형 AI 사용률 세계 1위 증가폭 기록씨어스·루닛 실적 견인, 뷰노는 제도 전환기병원 침투력·수가 모델이 기업 생존 좌우

그래픽=홍연택 기자(나노바나나 활용)그래픽=홍연택 기자(나노바나나 활용)

올해 1분기 국내 대표 의료 AI 기업 성적표에서 희비가 갈렸다. 국내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각기 다른 규제와 수가, 병원 진입 전략이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1위 증가 폭 보인 韓 AI 사용률···의료AI는 '잠잠'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싱크탱크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가 최근 발표한 '2026년 1분기 글로벌 AI 확산 트렌드와 인사이트'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 연령(15~64세) 인구 중 생성형 AI 사용률은 37.1%로 치솟았다. 전 분기 대비 6.4%포인트 급증한 것으로, 단일 분기 기준 세계 최대 증가 폭이다. 이로써 글로벌 순위 역시 18위에서 16위로 상승했다.

한국의 약진은 아시아 지역 AI 붐과 궤를 같이한다. 사용자 수 증가율 상위 15개국 중 12개국이 아시아에 포진했다. 보고서는 한국어 기반 언어 모델의 성능 향상과 압도적인 스마트폰 보급률이 일상 속 AI 침투를 가속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AI가 일상재로 자리 잡으면서 보수적인 의료 시장에서도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그러나 대중의 높은 관심도와 달리, 실제 의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재무적 성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가 발표한 '2026 글로벌 헬스케어 전망(2026 Global Health Care Outlook)'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의료 시스템 경영진 180명 대상 설문 결과 응답자의 51%가 '아직 AI 투자에 대한 수익률(ROI)을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유의미한 재무적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단 3%에 그쳤다.

성장 궤도 오른 씨어스·루닛, '제도 전환기' 맞은 뷰노


실제로 3대 의료 AI 기업 1분기 성적표는 각각 '본격 흑자화', '수익성 개선', '제도적 과도기'로 나뉘었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수가 기반 모델과 병원 시스템 안착이 가져오는 폭발력을 증명했다.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700% 폭증한 325억원의 매출과 1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실적의 일등 공신은 AI 입원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씽크'다. 전국 1만 7000개 이상의 병상에 안착하며 31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 퓨어헬스 그룹과의 220억 원 규모 공급 계약까지 더해지며 내수와 수출 양 측면 모두 약진했다는 평가다.

루닛은 외형 확장과 내실 다지기를 동시에 챙기고 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5% 늘어난 23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매출의 97%가 북미와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발생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연구개발비 효율화 등에 힘입어 영업손실을 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줄이는 데 성공하며, 연내 현금 영업 기준(EBITDA) 손익분기점 달성 목표에 청신호를 켰다. 향후 제약사와 동반진단 사업을 통해 수익 구조를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뷰노는 주력 제품이 제도적 전환기를 거치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1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6% 줄어든 61억원, 영업손실은 41억원을 기록했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AI 심정지 예측 기기 '딥카스(DeepCARS)'가 현장 도입 4년 차를 맞아 신의료기술평가유예 기간이 종료되고 본 심사에 돌입한 탓이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실적 변동으로, 심사를 무사히 통과한다면 다시 시장 확대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뷰노는 하반기까지 비용을 통제하는 한편, 독일 샤리테 병원과의 연구 및 동남아·중동 판로 개척 등 해외 시장 진출의 고삐를 죄고 있다.

뷰노 관계자는 "딥카스가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매출 변동"이라면서 "평가 절차가 완료된 이후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존 가를 기준은 '병원 침투력과 수가 정착'


업계는 앞으로 1~2년이 의료 AI 기업의 진정한 역량을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대중의 AI 거부감이 낮아지며 기술 수용성 문턱은 낮아졌지만, 기업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은 결국 의료진의 실질적인 업무 흐름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반복적이고 안정적인 매출(수가 및 구독형 과금)을 창출하느냐에 달려있다.

글로벌 IT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최근 발간한 '2026 헬스케어 기술 및 AI 전망(Predicts 2026: Healthcare Technology and AI)' 보고서를 통해 "단순한 진단 보조 기능을 넘어, 기존 전자의무기록(EMR)과 매끄럽게 연동해 의료진의 행정적 피로도(Burnout)를 실질적으로 경감시키는 솔루션만이 병원 경영진의 최종 구매 결정(Sign-off)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오는 2027년까지 임상 워크플로우(업무 흐름) 통합과 명확한 수가 청구 모델을 증명하지 못한 의료 AI 솔루션의 60%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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