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김지헌 연구개발본부장 "부광약품,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중심축 될 것"

ICT·바이오 제약·바이오 인터뷰

김지헌 연구개발본부장 "부광약품,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중심축 될 것"

등록 2026.05.27 09:54

수정 2026.05.27 10:05

임주희

  기자

부광약품,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국내 캐시카우 전략 병행 추진한국유니온제약 인수로 생산부터 수출까지 가치사슬 완성

사진=이수길 기자사진=이수길 기자

창사 이래 첫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부광약품이 변하고 있다. 과거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에만 집중해 국내 영업이 약화된 게 단점이었다면 2년 전부터는 국내 영업 강화에 적극 나서며 연구개발(R&D)과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동시에 끌어 올리는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해도 상당한 호재가 존재한다.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로 과거 부광약품의 부족했던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을 넘어 신약과 개량신약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탁제조 사업(CMO) 활성화와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여기에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새로운 플랫폼 계약 창출 가능성도 높다. 콘테라파마의 RNA 치료제 발굴과 치료제 개발 플랫폼(AttackPoint Discovery 등)이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최근 뉴스웨이와 만난 김지헌 부광약품 연구개발 본부장은 "사람들이 부광약품을 떠올릴 때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 된 강소 제약사'라는 이미지를 가져갔으면 한다"라며 "과거에는 국내 영업과의 균형이 무너졌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균형을 찾아 결실이 하나씩 나오고 있고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외에서 쌓은 25년간의 경험···부광약품의 '단기·중장기' 성과로

김지헌 본부장은 2002년 영진약품을 시작으로 중외제약·종근당 등 국내 제약사에서 약 10년을 보낸 뒤, 로슈와 에자이(Eisai)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녹십자 사업개발본부장을 거쳐 부광약품 연구개발본부장으로 합류해 2년 반이 됐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양측에 재직하며 바이어 입장과 셀러 입장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김 본부장은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 글로벌 제약사를 볼 때와 글로벌 제약사 입장이 될 때는 완전히 다르다"며 "바이어와 셀러 양측 입장을 모두 경험한 것이 딜을 할 때 가장 큰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험은 김 본부장의 현재 업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김 본부장은 "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항상 '잘했어야 했는데' 하는 순간이 생기는데 이런 경험이 25년간 쌓이다보니 새로운 계약을 할 때 과거의 문제점들이 떠오른다"며 "그래서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조항을 넣어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다년간의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지만 시련의 시기도 존재했다. 2023년 부광약품에 합류한 김 본부장은 단기와 중장기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에 집중된 전략을 재검증하는 것은 물론 단기간에 캐시카우를 발굴해야 했다. 통상 제약업은 투자에서 매출까지 약 10여 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단기간에 실적을 내야만 했다.

김지헌 본부장은 "부광약품을 외부에서 볼 땐 R&D에 포커스된 회사 정도였는데 합류한 이후 살펴보니 해외 부분이 매우 과감하게 진행되고 있어 놀라웠다"며 "이 정도 규모의 회사가 상당한 비용을 글로벌 이노베이션에 쓰고 있었고 투자 수익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이노베이션에 치중한 전략은 현금 흐름에는 치명적이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이례적으로 외부의 개량신약 허가권을 매입했다.

김 본부장은 "국내 제약사를 다닌 경험이 있었기에 부광약품의 단기 이익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했다"며 "당장 영업사원들이 판매할 약이 필요했기에 가장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지난해 부광약품은 개량신약 신제품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리플러스 ▲간질환 치료제 레가덱스 ▲당뇨병 치료제 부디앙 ▲불면증 치료제 서카레딥 등 4종을 출시, 국내 영업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사진=이수길 기자

콘테라파마의 혁신 제형 'CP-012', 파킨슨 '모닝 오프' 공략

2014년 부광약품이 인수한 덴마크 소재 자회사 콘테라파마는 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사다. 최근 시장에선 콘테라파마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CP-012'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파킨슨병 환자 대부분이 겪는 아침무동증 치료를 타깃으로 한다. 파킨슨 환자는 증상 완화를 위해 하루 3~4번 정도 카비도파/레보도파를 복용하지만 수면 중엔 약을 먹지 못해 아침엔 약의 효과를 보지 못한다.

이에 콘테라파마는 '지연 방출'에 집중했다. 취침 전 약을 복용하면 수 시간 뒤 아침 시간에 맞춰 약물이 방출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일반 서방형 제제는 복용 즉시 혈중 농도가 올라가지만, CP-012는 복용 후 한동안 혈중 농도를 억제하다 원하는 시점에 집중 방출될 수 있도록 구현했다.

김지헌 본부장은 "파킨슨병 환자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굳어 약을 먹고 싶어도 30~40분씩 움직이지 못해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증상을 직접 겨냥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CP-012'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CP-012는 순수 신약이 아닌 이미 수십 년간 쓰여온 레보도파·카비도파의 복합제로 기존 성분의 안전성과 효능은 이미 입증돼 있어 임상 허들이 상대적으로 낮다.

김지헌 본부장은 "체내 약물 농도 흐름(PK)만 맞춰주면 효과가 나타난다는 건 이미 입증돼 있고, 1상에서 파킨슨 환자에게도 건강한 성인과 동일한 PK가 나온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약물 지연 방출 기술에 대해 "대단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해당 기술은 다른 의약품에도 적용 가능하기에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추가 협업도 가능하다. 해당 기술의 권리는 콘테라파마가 온전히 보유하고 있다.

정확한 해상도 제공하는 콘테라파마의 RNA플랫폼

콘테라파마는 CP-012 외에 RNA 플랫폼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신경과학 분야에서 강한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던 콘테라파마는 2021년부터 RNA 플랫폼 구축을 시작했다. 저분자 물질과 RNA 플랫폼 간에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2020년 말 영입된 토마스 세이거 대표가 저분자 물질만으로 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지헌 본부장은 "RNA 치료제는 유전자 발현 및 RNA 처리 단계에 직접 개입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기존의 저분자 방식으로는 타깃팅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했던 타깃(Undruggable)을 공략할 수 있게 준다"며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등 RNA 기반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저분자 신약 개발 접근법보다 개념 단계에서 전임상 독성시험(GLP-Tox) 및 임상시험계획 사전 상담(Pre-IND) 단계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훨씬 빠르고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콘테라파마의 RNA는 알지노믹스, 올릭스 등 국내 RNA 기업들과는 모달리티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알지노믹스의 경우 트랜스 스플라이싱 리보자임(TSR) 플랫폼으로 RNA를 직접 교정하는 기술을 보유, 이를 원형 RNA(Circular RNA)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원형 RNA는 말단이 연결된 구조로 분해에 강하고 발현 지속성이 길다.

올릭스의 경우 '비대칭 siRNA+GalNAc' 기술과 '자가전달 비대칭 siRNA'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자가전달 비대칭 siRNA'의 경우 RNA 두 가닥의 길이를 비대칭으로 만들어 원하지 않는 부위에 붙는 현상(오프타깃)을 줄인 것이다. 또한 전달체 없이도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내 유입이 가능, 면역 이슈와 제조 과정을 최소화 했다.

콘테라파마의 어택포인트 디스커버리(AttackPoint Discovery)의 경우 스플라이싱에 영향을 미치는 최적의 어택포인트를 찾아 이를 ASO, siRNA 또는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로 접근하는 기술이다. 알지노믹스·올릭스와 경쟁하기보다는 협업이 가능한 관계인 것이다.

김 본부장은 "남들이 돋보기로 타깃을 찾을 때 콘테라파마는 현미경으로 보는 것과 같다"며 "해상도가 다른 만큼 같은 RNA를 만들어도 타깃에 훨씬 정확하게 붙고 효과가 좋으며, 특정 치료 영역에 국한되지 않아 다양한 전달 기술 보유 기업과 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RNA치료제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본 콘테라파마는 RNA플랫폼 사업과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사업을 분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콘테라파마는 덴마크 세무당국에 신규 자회사 설립에 대한 사전 승인을 신청했으며, 올해 4분기 내 설립이 완료될 전망이다.

김지헌 본부장은 "기존에는 콘테라파마 내에서 CP-012의 임상개발과 RNA플랫폼 연구가 공존했지만 RNA 신설법인을 분리한 이후에는 목적에 따라 연구인력과 자원 등이 명확하게 구분된다"며 "콘테라파마의 CP-012는 글로벌 2상시험 운영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RNA신설법인은 룬드벡과의 연구협력 진행, 자체 파이프라인의 연구 및 RNA플랫폼 자체에 대한 확장 및 고도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수길 기자사진=이수길 기자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로 가치사슬 완성

콘테라파마는 RNA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가동한 지 4년 만에 룬드벡과 계약을 성사시켰다. 중장기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매년 실적 평가를 받으면서도 일관성을 지켜온 결과다. CP-012 임상 2상, RNA 신설법인 출범, 한국유니온제약 통합 등 올해만 해도 세 개의 굵직한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한국유니온제약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부광약품은 한국유니온제약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확정됐다. 김지헌 본부장은 한국유니온제약 인수에 대해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가 아닌 'R&D-생산-판매'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완성하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제약산업은 고도의 규제 산업으로, 개발과 생산, 판매가 하나의 긴밀한 가치사슬로 연결되어 있다"며 "한국유니온제약 경영권 인수는 부광약품이 부족했던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의 CMO사업 활성화, 수출 증대, 외주 생산제품의 내제화, 제조역량의 효율화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거나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략 제품과 핵심 신규 품목 선정 단계에서부터 자체 생산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적 관점에서 자원을 집중 재배치해 구조적 효율화와 수익성 극대화를 염두에 둔 R&D 전략을 세우고 실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에는 콘테라파마의 새로운 플랫폼 계약도 기대된다. 김 본부장은 "룬드백과의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수요와 콘테라파마의 역량이 동시에 입증됐듯이, 콘테라파마의 RNA치료제 발굴 및 치료제 개발 플랫폼은 새로운 타깃을 찾는 기업들에게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콘테라파마의 RNA플랫폼은 기존에 주력하던 중추신경계(CNS) 희귀질환을 넘어 만성 간 질환, 안과 질환 등 광범위한 전신성 질환 영역까지 확장 중이기에 새로운 파트너십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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