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선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애국 매수', '한국판 게임스톱' 현상이 그것이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한성기업과 모나미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자 전통 소비재 기업들을 살리자며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해당 기업들은 상한가를 기록,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단순 주식을 소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동반자'로 나선 모습이다.
똑같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선 부러울 수밖에 없다. 7월 무더운 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제약·바이오 업계는 남극 못지 않은 한파를 겪고 있다. 왜 제약·바이오 업계엔 온기를 찾을 수 없을까.
한때 투자자들은 'K-바이오'의 신화를 신뢰하며 모였지만 기업이 위기 앞에 서면 침묵하거나 소송으로 응대했다. 동반자가 아닌 '피해자'가 되는 모습이다.
물론 기업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약이라는 '꿈'으로 주주들을 모았지만 임상에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신뢰를 훼손했다. 게다가 오랜 시간 같은 문제가 기업만 바뀐 채 반복되다 보니 기업들이 대형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이나 주주환원책 같은 호재를 발표하며 주가 부양에 안간힘을 써도 시장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이 모든 비극이 오롯이 기업만의 문제라고 볼 순 없다. 신약 개발은 본질적으로 수천억원의 자금,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하고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고위험·고수익(High-Risk, High-Return)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불확실성도 높은 영역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규제가 자업자득이라고 하기엔 해당 규제는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단순 주가가 낮다는 이유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하기 시작한다면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판은 완전히 닫히게 될 것이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느꼈듯, 자체적인 의약품 개발과 생산 능력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의 안보이자 '국력'의 영역이다. 단순히 기업 퇴출의 선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시선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상장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장한 기업은 상장폐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상장을 원하는 기업들은 한국거래소가 높인 문턱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당장 매출을 일으키기 어려운 바이오벤처에 기술력뿐만 아니라 '돈을 벌어 올 수 있는 구조를 증명'하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제약바이오의 신약 개발로 돌아가면, 신약 개발엔 수천억원의 자금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신약으로 만들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데, 시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돈을 벌어오라고 하는 것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셈이다. 유일하게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상장이 막히게 되면 수많은 유망 기업들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고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출을 만들기 위해 기업들이 기술을 초기 단계에 매각해 버리면 이는 소중한 우리 자산을 해외 시장에 헐값에 넘겨주는 꼴이 되고 만다.
물론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각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규제는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제약바이오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를 배려해 제도적 숨통을 틔워 기업들이 '꿈'을 키워낼 수 있는 공간을 남겨 주길 바란다. 기업 또한 현실적인 자생 방안을 고민하고 이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대박 신화'가 아닌 '지속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한성기업과 모나미를 살려낸 주주들의 마음도 옮겨 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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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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