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4년 걸린 '8조 KDDX'... 0.58점 차이가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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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걸린 '8조 KDDX'... 0.58점 차이가 갈랐다

등록 2026.06.12 10:04

이승용

  기자

기술평가 앞선 HD현대중, 1.2점 보안 감점에 최종 순위 역전KDDX 2년 표류 끝 본궤도···감점 적정성 놓고 후속 공방 예고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에서 기술평가 우위가 보안 감점에 뒤집혔다.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에서 한화오션을 0.6425점 앞섰지만,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따른 1.2점 감점이 반영되면서 최종 점수에서 0.5867점 밀렸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사실상 낙점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서 평가를 마무리하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결과를 통보했다. 평가 결과 한화오션은 93.9542점, HD현대중공업은 93.3675점을 받아 한화오션이 0.5867점 앞서면서 간발의 차이로 승기를 잡았다.

KDDX는 해군의 노후 구축함을 대체하기 위해 6000t급 이지스급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대형 국방 프로젝트다. 개념설계는 대우조선해양, 현 한화오션이 맡았고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이번 입찰은 상세설계와 1번함인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정하는 절차다. 선도함을 맡는 업체는 향후 함정의 세부 설계와 주요 기자재 선정, 체계통합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게 돼 양사의 수주 경쟁이 치열했다.

이번 평가의 핵심 변수는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된 보안 감점이었다. 세부 평가 결과를 보면 HD현대중공업은 기술력과 사업수행 역량을 따지는 기술능력평가에서 73.2383점을 받았다. 한화오션은 이 항목에서 72.5958점을 받아 HD현대중공업보다 0.6425점 낮았다. 기술평가만 놓고 보면 HD현대중공업이 앞섰던 셈이다.

그러나 최종 순위는 가감점평가에서 갈렸다. 한화오션은 가감점평가에서 1.3584점을 받은 반면 HD현대중공업은 0.1292점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에는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따른 불공정행위 이력으로 1.2점의 보안 감점이 반영됐다. 두 회사의 최종 점수 차가 0.5867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안 감점이 이번 사업 수주의 당락을 사실상 결정한 셈이다.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 자료 등을 불법 촬영·유출한 혐의로 기소됐고, 관련자 9명이 2022~2023년 모두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방사청은 이를 근거로 HD현대중공업에 보안 감점을 적용해 왔으며, 올해 12월까지 1.2점 감점을 유지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은 감점 적용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이달 5일 기각됐다.

한화오션 측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서 평가에서 첨단 함정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을 바탕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며 "최종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방사청과 긴밀히 협의해 지연된 사업 일정을 만회하고 해군 전력 유지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기술 점수에서 크게 앞섰음에도 선정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향후 디브리핑을 신청해 평가 결과에 대한 세부 내용과 근거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이 보안 감점의 적용 기간과 방식에 대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만큼, 이의신청이나 본안 소송 등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방사청은 이의신청과 디브리핑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이후 협상을 거쳐 다음 달 말 계약 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의 대응 수위에 따라 최종 사업자 선정과 계약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6척 전체 건조 물량은 향후 건조 능력과 일정 등을 고려해 두 회사가 나눠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기술능력평가에서 0.6425점 앞섰음에도 최종 결과에서 뒤집힌 것은 방산 분야에서 과거 불공정행위와 보안 위반 이력이 단순한 감점 요인을 넘어 사업 수행 자격을 판단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며 "HD현대중공업이 기술평가에서 앞서고도 최종 탈락권에 놓인 만큼, 향후 공방은 평가 결과 자체보다 보안 감점의 적용 기간과 산정 방식이 적정했는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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