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종전 협상 타결로 유가 하락 기대산업통상부, 손실 산정 기준 발표 예고정산 방식 두고 정부와 업계 이견 심화
미국·이란 종전 협상 타결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종료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정유업계 손실보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누적 손실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는 원가 기준 보전을, 업계는 시장가격 기준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제도 종료 이후 정산 협상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종전 협상을 타결했다. 양국 대표단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합의문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동 전쟁 장기화로 불거졌던 원유 수급 차질 우려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발 공급 불안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번 주 발표 예정인 석유제품 7차 최고가격제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오는 19일 0시부터 적용되는 7차 최고가격제를 고시할 예정이다.
현재 최고가격은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2차부터 6차까지 같은 수준에서 유지돼 왔다. 정부는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와 국제유가 90달러 이하 안착 등을 최고가격제 종료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국제유가는 이미 안정권에 들어섰다. 15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86.93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5.16달러, 브렌트유는 87.69달러를 기록했다. 세 유종 모두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내려오면서 최고가격제 종료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된 것이다.
종료 논의가 가시화되면서 정유업계의 손실 보전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도 시행 기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손실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실제 보전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약 3개월 만에 누적 손실이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간 손실도 약 5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원유 도입 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국내 공급가격이 묶였고, 수출 물량 조정과 대체 원유 조달 비용까지 겹쳤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6개월 유지를 전제로 4조2000억원 규모의 목적예비비를 편성했지만 제도 시행 3개월 만에 손실 규모가 보전 재원에 육박하면서 보전 대상과 산정 방식이 향후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핵심은 손실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이다.
정유업계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 지표인 MOPS(Mean of Platts Singapore)를 손실 산정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수출 계약이 국제 제품가격 흐름에 연동되는 만큼,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더 높은 시장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실제 공급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손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실제 원가를 중심으로 손실을 산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오는 18일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산정 방식과 보전 절차, 정산 기준 등을 담은 고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가격 통제로 직접 발생한 손실을 중심으로 보전해야 하며, 시장가격 기준의 기대이익이나 수출 기회손실까지 폭넓게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손실 보전 기준을 둘러싼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정유사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고가격제가 종료되더라도 실제 보전액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산 기준을 둘러싼 이견이 장기화되면 누적 손실 부담이 업계에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사 관계자는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은 단순히 원유 도입가와 공급가격의 차이만으로 계산하기 어렵다"며 "석유제품은 국제가격과 연동돼 거래되고 수출 물량 조정에 따른 기회비용도 발생한 만큼, 원가 기준만 적용하면 실제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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