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침체 지속, 철강 수요 회복 불투명원·달러 환율 상승, 원재료비 증가로 수익성 압박포스코·현대제철 각기 다른 회복세, 업계 주목
세계 철강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바닥을 통과해 완만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업황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철강업계가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핵심 수요처인 건설 부문의 철강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재료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회복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특히 같은 업황 속에서도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회복 속도는 차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은 포스코는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건설용 봉형강 비중이 큰 현대제철은 내수 건설 경기 부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글로벌 철강 수요가 17억2400만톤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17억6200만톤으로 2.2% 늘어나며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수요 감소세가 완화되고 인도와 주요 선진국의 철강 소비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글로벌 철강 시장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다. 철강업계는 글로벌 수요 회복이 국내 실적 개선으로 곧바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철강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부문이 여전히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철근과 H형강은 아파트와 상업시설, 공장, 토목공사 등에 투입되는 대표적인 건설용 강재다. 착공과 분양이 감소하면 철강 수요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건설용 강재 수요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철근 총수요는 666만톤으로 전년 대비 1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철근 생산량은 10%, 내수 판매는 13.3% 줄었다. 건설 경기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건축허가면적과 건축착공면적도 각각 10.5%, 12.2% 감소한 만큼 올해 역시 봉형강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역시 국내 철강 시장의 구조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POSRI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세계 철강수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철강 수요는 건설 경기 침체와 제조업 회복 지연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장기적인 부진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철강 수요는 4350만톤으로 2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올해와 내년에도 4500만톤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수요가 살아나더라도 국내 철강사들이 체감하는 회복 강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환율 부담까지 겹치고 있다. 철강사는 철광석과 원료탄 등 주요 원자재를 대부분 달러로 구매한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같은 양의 원재료를 확보하더라도 원화 기준 조달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수요 부진으로 제품 가격 인상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건설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늘어난 원가를 판매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수요 감소와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이 수익성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업황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스코는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 에너지 인프라용 강재 등 수요처가 비교적 다양하다.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어 건설 경기 둔화 영향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8760억원, 영업이익 707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24.3% 증가했다.
다만 철강 사업 자체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원료비 부담이 확대되면서 포스코 단독 기준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업황 개선 기대감에도 비용 관리가 여전히 핵심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반면 현대제철은 건설 경기 침체에 더욱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현대제철 역시 자동차강판과 특수강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철근과 H형강 등 건설용 봉형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건설 착공과 분양이 감소할 경우 내수 판매량과 제품 가격 모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국내 철근 수요가 700만톤 아래로 떨어진 것은 현대제철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단순한 업황 부진을 넘어 설비 가동률과 수익성 방어 전략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적 역시 이를 보여준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7397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영업이익 규모는 매출 대비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당기순손실도 393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원료비 상승과 환율 부담, 낮은 제품 가격이 겹치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철강업황 회복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수요는 반등하더라도 국내 건설 경기 회복 시점이 불확실한 데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향후 실적은 글로벌 업황 개선 자체보다 건설 경기 회복 여부와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지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철강 수요가 저점을 통과하더라도 국내 시장은 건설경기 침체와 제조업 회복 지연의 영향이 크다"며 "환율 상승에 따른 원료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철강사들의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철강사 실적은 단순한 수요 회복보다 원가 부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하느냐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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