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 본관 '더그랜드롯데' 재탄생한국적 미감 강조한 공간 디자인역사·전통 현대 럭셔리 재해석
47년 역사의 롯데호텔 서울이 다시 전면에 섰다. 초고층도, 초호화 시설도 아닌 '헤리티지'가 새 무기다. 아만과 로즈우드, 만다린 오리엔탈 등 글로벌 럭셔리 호텔들이 서울로 향하며 특급호텔 시장이 격전지로 바뀌자 롯데는 가장 오래된 자산에서 해답을 찾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오는 8월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 본관을 재단장한 '더그랜드롯데 서울'을 개관한다. 2017년 시그니엘 이후 약 9년 만에 선보이는 신규 하이엔드 브랜드다. 단순한 객실 리뉴얼이 아니다. 그룹 호텔 사업의 출발점인 롯데호텔 서울을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로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롯데호텔 서울은 서울 특급호텔 시대를 연 상징적인 공간이다. 1974년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반도호텔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호텔 사업은 1979년 롯데호텔 서울 개관으로 이어졌다. 신 창업주는 생전 '관광입국'을 강조하며 호텔 사업을 국가 관광산업과 연결해 바라봤고, 롯데호텔 서울은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수요를 흡수하며 서울 도심 특급호텔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장의 판은 크게 달라졌다. 포시즌스와 파크하얏트, 페어몬트 등 글로벌 브랜드가 이미 서울에 안착했고, 아만과 로즈우드, 만다린 오리엔탈 등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들도 잇따라 서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K컬처 확산과 방한 관광객 증가, 고급 경험 소비 확대가 맞물리면서 호텔업계의 경쟁 기준도 객실 수와 규모에서 브랜드와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 호텔 시장의 판이 바뀌면서 롯데호텔 서울 역시 새로운 역할이 필요해졌다. 시그니엘이 초고층 럭셔리 시장을 담당하고 L7이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자리 잡으면서 오랜 역사를 지닌 롯데호텔 서울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더그랜드롯데는 롯데가 내놓은 해법이다. 롯데호텔 서울이 쌓아온 역사와 전통을 현대적인 럭셔리 경험으로 재해석하겠다는 구상이다. 브랜드 철학은 '시간을 초월하는 품격과 우아함'이다. 전통 매듭 기법을 재해석한 로고와 한국적 미감을 반영한 공간 디자인, 시그니처 향과 디저트 등도 이러한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한 장치다.
이는 해외 브랜드와의 경쟁 전략이기도 하다. 아만이 프라이버시를, 로즈우드가 웰니스를, 만다린 오리엔탈이 미식과 서비스를 앞세운다면 롯데는 서울 도심에서 축적한 운영 경험과 한국적 헤리티지를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대규모 투자 결정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도심 특급호텔은 영업을 중단한 채 리뉴얼을 진행할 경우 매출 공백 부담이 크다. 롯데호텔이 전면 휴관 대신 단계적 리뉴얼 방식을 택한 것도 영업 차질을 최소화하면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더그랜드롯데 출범을 롯데호텔앤리조트의 브랜드 재정비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시그니엘이 초고층 랜드마크형 럭셔리를 담당한다면 더그랜드롯데는 역사와 전통을 앞세운 클래식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향후 해외 주요 도시로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승부는 '헤리티지'를 얼마나 경험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글로벌 럭셔리 호텔 시장에서는 역사나 브랜드 이름보다 객실과 식음, 서비스 품질이 더 중요하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해외 호텔들의 서울 공략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더그랜드롯데 서울은 롯데호텔의 새로운 경쟁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더그랜드롯데는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축적해 온 헤리티지와 운영 역량을 집약한 하이엔드 브랜드"라며 "세계 주요 도시에서 차별화된 공간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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