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권한 나누고 책임선 정리자기자본 사업 커지며 판단 복잡지주계는 승계·조직 안정도 변수
증권사들이 잇달아 각자대표 체제를 택하면서 대표 체제 변화가 부각되고 있다. 단일대표가 전 부문을 총괄하는 방식보다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운용, 리테일 등 부문별 책임과 권한을 나누는 경영 방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전날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재욱·배광수 각자대표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신 대표는 IB·운용·홀세일과 전사 관리부문을, 배 대표는 WM·디지털·채널·리서치 부문을 맡는다. NH투자증권이 단일대표 체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증권사들의 대표 체제 변화에도 관심이 커졌다.
신영증권도 최근 금정호·김대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금 대표가 IB 부문을, 김 대표가 WM 부문을 맡는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IB와 WM·리테일을, KB증권은 WM과 IB를 각각 나눠 운영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리테일과 기업금융·관리 부문을 나눠 맡고 있다.
각자대표 체제의 표면적 명분은 부문별 전문성 강화다. 다만 업계에서는 권한 배분과 책임선 정리, 승계 구도 관리까지 맞물린 선택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사 사업이 IB, WM, 운용, 리테일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대표 한 명이 모든 부문의 의사결정과 성과 책임을 떠안는 구조보다 각 부문 대표가 책임을 나눠 맡는 방식이 조직 운영에 더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자기자본 기반 사업 확대도 해당 흐름을 설명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기업 신용공여, 고유자산 운용 등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직접 배분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사업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어느 부문에 자본을 투입하고 어떤 위험을 감수할지에 대한 판단도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의 경우 대표 체제가 개별 회사의 경영 효율성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승계 구도와 조직 안정성, 리스크 관리 방향과도 연결된다. 각자대표 체제가 한 명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를 줄이고 내부 후보군을 나눠 검증하는 장치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은 단일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기존 리더십과 사업 포트폴리오상 원톱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남아 있는 회사는 굳이 각자대표로 전환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각자대표 체제는 운영상 과제도 남는다.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은 명확해졌지만, 대표별 업무 범위가 겹치거나 전사 현안의 최종 조정 권한이 불분명할 경우 책임 경계가 다시 쟁점이 될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각자대표 체제에서는 각 대표가 맡은 부문이 분명해야 한다"며 "부문 간 이해가 충돌하거나 전사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서는 최종 조정 권한을 어디에 둘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문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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