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 예치금 약 100조···6개 지방은행, 행안부에 기준 개선 건의지역농협 실적 합산 논란서 출발···평가기준 손 볼 시 경쟁 확산 가능성
지방자치단체가 금융권에 맡기는 공공자금 규모가 100조 원 안팎에 달하는 가운데, 지방은행들이 사상 처음으로 '공동전선'을 구축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발단은 농협은행의 입찰 자격 산정 방식을 둘러싼 공방이지만, 행정안전부가 시중·지방은행 간의 금고 지정 기준(예규)을 어떻게 손질하느냐에 따라 공공금고 시장의 판도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광주·전북·부산·IM뱅크·경남·제주은행 등 전국 6개 지방은행은 지난 3일 행정안전부를 집단 방문해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 평가기준 개선 및 관련 예규 개정'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금고 지정 평가 시 '지역단위 농협'의 인프라와 실적을 별도 법인인 'NH농협은행'의 실적으로 합산해 반영하지 못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것이다.
이번 공동행동의 배경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금고 선정 논란이 있다. 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춰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한시 운영되는 첫 금고는 NH농협은행이 1금고, 광주은행이 2금고를 맡았다. 2027년 1월 이후 금고는 지방회계법과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에 따라 공개경쟁 방식으로 다시 선정될 예정이다.
쟁점은 평가 과정에서 어떤 금융 인프라를 입찰 은행의 실적으로 인정할 것이냐에 있다. 지방은행들은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이 별도 법인인 만큼 지역농협 점포망과 지역사회 기여 실적을 농협은행 실적으로 합산하면 공정경쟁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점포 수, 지방세 수납 능력, 주민 이용 편의성, 지역사회 기여도 등 평가 항목에서 농협은행이 구조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김종훈 광주은행 부행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금고 선정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6개 지방은행이 한목소리를 냈다"고 밝혔다.
행안부의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은 총점 100점 체계에서 금융기관의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예금·대출 금리, 주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 능력, 지역사회 기여와 협력사업 등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관내 점포와 ATM, 지방세입금 수납처리 능력 등은 평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목이다.
농협 측은 농촌과 군 단위 지역에서는 지역농협 점포망이 주민의 세금 납부와 생활 금융 접근성을 떠받쳐 왔다는 입장이다. 법인격 기준만 앞세우면 실제 주민 편의와 행정 효율을 평가에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고전의 무게는 공공자금 규모 때문에 더욱 커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전국 243개 지자체 금고 예치금은 95조9844억원, 이자수입은 2조8925억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이자율은 2.87%였지만 79개 지자체는 기준금리 2.5%에도 못 미치는 조건으로 자금을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금고 지위가 단순 예치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자체 금고는 안정적 자금 기반과 지역 내 상징성을 제공하고, 지역 중소기업 대출과 지방세 수납 네트워크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역금융 기반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광역·기초단체 금고를 전국망 은행에 내줄 경우 지방은행의 역할 축소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갈등이 농협은행과 지방은행 간 공방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은행들이 문제 삼는 것은 지역농협 실적 합산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전국 단위 금융망과 자본력을 갖춘 은행과 지역 기반 은행을 같은 평가표에서 경쟁시키는 현행 금고 선정 구조다. 협력사업비와 전산 역량, 신용도, 점포망에서는 시중은행이 우위를 보일 수 있는 반면 지방은행은 지역재투자와 중소기업 금융, 지역 밀착성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형 지자체 금고는 이미 시중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서울시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시 금고를 맡을 금융기관 선정 과정에서 1·2금고 모두 신한은행에 최고점을 줬다. 연간 51조원 안팎의 서울시 금고에는 신한·우리·KB국민·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뛰어들었던 것처럼 공공금고는 안정적 자금과 기관 거래, 브랜드 효과가 함께 걸린 은행권 핵심 영업 무대로 평가된다.
결국 행안부 예규 개정 여부가 다음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지역농협 실적 반영 기준이 명문화되면 당장은 농협은행과 지방은행 간 평가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논의가 지역재투자 평가, 협력사업비 투명성, 주민 이용 편의성 배점 문제로 확대되면 지자체 금고전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공공금고 주도권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방은행 보호론만으로 금고 선정 기준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공금고의 우선 기준은 특정 업권 보호가 아니라 세금 운용의 안정성, 수익성, 주민 편의, 지역 환원 효과 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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