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담합 의혹은 14조, 손실보상은 4조···정유사 '혈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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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의혹은 14조, 손실보상은 4조···정유사 '혈세' 논란

등록 2026.07.08 15:21

이승용

  기자

검찰, 담합 규모 14조2000억원 추산업계, 국제시세 기준 손실 최대 5조원 주장실제 보상 여부 정산위원회 심사 결정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미·이란 전쟁 직후 14조원대 가격 담합 의혹으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국내 정유사들이 정부에 4조원대 손실보상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석유최고가격제 시행 기간에도 정유사들이 이익을 낸 정황이 담긴 내부 자료를 확보하면서, 가격 통제로 손실을 봤다는 업계 주장과 혈세 보상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미국·이란 전쟁 직후 일부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조율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를 약 14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가격 인상 흐름을 추종한 효과까지 포함하면 경쟁 제한 규모는 약 26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수사 과정에서는 "올해 2조 벌 듯",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등 가격 인상 국면을 수익 확대의 기회로 인식한 정황이 담긴 사내 메신저 대화도 확보됐다. 다만 이 역시 검찰이 재판에 제출한 공소사실의 일부로, 최종 사실관계는 법원의 판단을 거쳐 확정된다.

이번 사건은 4조원대 손실보상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 3월 시행된 석유최고가격제로 판매가격이 제한되면서 정상 가격에 판매할 기회를 잃어 손실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손실보상 가능성에 대비해 4조2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편성한 상태다.

업계는 국내 판매가격이 묶이면서 국제시장에 판매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수익까지 손실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지표(MOPS)에 한국산 정제유 프리미엄과 관세, 수입부과금 등을 반영하면 손실 규모가 최대 5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에도 일부 정유사들이 이익을 낸 정황이 담긴 내부 회계자료와 가격 시뮬레이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자료에는 국제가격 기준의 가상 원가보다 최고가격제가 적용된 실제 판매가격이 더 높아 일정 수준의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실제 원유 도입 가격과 정제 비용, 적정 마진 등을 토대로 손실 발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제가격을 기준으로 한 기회손실까지 인정할 경우 실제 손실보다 과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검찰은 확보한 내부 자료를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유할 방침이다. 실제 손실보상 여부와 규모는 산업부와 석유최고가격 정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이번 사건은 과거 정유업계 담합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0년 정유 4사가 경쟁사의 기존 계약 주유소를 서로 유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총 43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2015년 담합 합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며 정유사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이번 사건은 공정위 행정처분이 아니라 검찰이 직접 수사를 거쳐 정유사 법인과 임직원을 형사재판에 넘긴 사건이다. 가격결정부서 관계자들의 메신저 대화와 내부 회계자료 등이 확보된 만큼, 재판에서는 이들 자료의 증거능력과 담합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담합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정유사들이 같은 기간 손실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국민 세금 투입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도 불가피하다"며 "정산위원회가 실제 손실 발생 여부와 보상 필요성을 얼마나 엄격하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확보한 내부 자료가 산업부의 손실보상 심사와 향후 공정위 제재 과정에도 활용될 경우 보상 규모는 물론 과징금을 둘러싼 공방도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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