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업계 외국인 유치전 막 올랐다···성패 관건은 '실거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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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외국인 유치전 막 올랐다···성패 관건은 '실거래 활성화'

등록 2026.07.09 11:05

박경보

  기자

하나 시작으로 삼성·미래·신한 외국인 통합계좌 출시해외 개인투자자 문턱 낮춰···증시 저변 확대 기대삼전·닉스 쏠림 한계···ETF·공매도 등 제도보완 요구도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외국인 통합계좌를 앞세운 증권사들의 해외 투자자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삼성·미래에셋·신한투자증권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업계 전반으로 경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은 크게 개선됐지만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투자 수요를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시켜야 하는 과제도 함께 안게 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7일 홍콩 광파증권과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협약을 통해 광파증권이 보유한 해외 개인 및 법인 고객의 국내 증시 참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도 싱가포르 대표 증권사인 UOB 케이하이안(UOB Kay Hian) 손잡고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시작했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계약 외에도 복수의 해외 증권사와 추가 협업을 추진하며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 5월 글로벌 온라인 브로커인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BKR)와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시작했다. IBKR은 전 세계 170여개 시장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증권사다. 삼성증권은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KB·NH·메리츠도 참전 예고···"새로운 성장 기회"


증권사들이 외국인 통합계좌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과 이용 가이드라인 마련,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통해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를 단계적으로 정비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하나증권이 홍콩 엠퍼러증권을 통해 국내 최초 외국인 통합계좌를 출시하면서 제도 시행의 물꼬가 트였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외국인 통합계좌를 출시한 증권사 외에도 4곳의 증권사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증권에 이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았던 유안타증권을 비롯해 KB증권과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도 해외 브로커와 협의 중이다. 최근에는 관련 규제가 폐지되면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없이도 모든 증권사가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해외 증권사가 국내 증권사에 자기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뒤 현지 투자자들의 주문을 모아 국내 시장에 일괄 주문하는 방식이다. 해외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현지에서 이용하던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매매할 때 국내 증권사를 통해 해외 증권사로 주문을 전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해외 개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접근성을 높여 외국인 투자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인프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통합계좌를 통해 해외 개인투자자까지 투자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외국인 자금 유입 초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후 거래가 중소형주로 확대되면 투자 저변이 넓어지고, 국내 증시 수급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국인 통합계좌 출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보고 규제 완화를 순차적으로 추진해 왔다.

증권사들도 해외 브로커와의 제휴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 국내 리테일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해외 증권사가 확보한 개인투자자를 국내 시장으로 유치할 수 있다면 브로커리지 수익 기반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등 다른 사업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업종별 '밸류업' 및 제도보완 뒷받침 돼야


다만 서비스 출시만으로 해외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투자 절차를 간소화하는 서비스일 뿐 실제 거래 수요를 만들어내진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한 구체적인 거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각 증권사들은 계약상 이유 등으로 관련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증시 전반의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도체를 넘어 다양한 업종에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한 거래는 일부 범위로 제한돼 있고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와 공매도, 외국인 투자 제한 종목 거래 등은 허용되지 않고 있어서다. 꽁꽁 묶인 외국인 거래 규제가 풀려야 제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만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며 "제도 개선을 비롯해 업종 전반의 밸류업 노력이 더해져야 외국인 통합계좌도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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