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허물어진 은행 울타리···금융권 '돈의 흐름'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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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진 은행 울타리···금융권 '돈의 흐름'이 바뀐다

등록 2026.07.10 11:57

문성주

  기자

은행 대출 성장 막히자 증권·운용으로 자본 재배치주요 금융지주 자본수혈 경쟁···비은행 수익력 변수로

[DB 증권가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DB 증권가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은행 중심으로 짜여 있던 금융지주의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와 생산적·포용금융 압박이 동시에 커지면서 은행 계열사의 외형 성장 여력이 예전만큼 크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증권·자산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에 자본과 경영 역량을 배치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은 NH투자증권의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KB금융도 KB증권에 올해 총 1조7000억원,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에 1조원 규모 자본수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가 증권 계열사에 대규모 자본을 밀어넣는 것은 단순한 몸집 키우기 차원이 아니다. 자기자본을 키워 기업금융,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등으로 수익 창출 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특히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요건을 갖춰야 하는 만큼 대형 증권사 중심의 자본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은행의 성장 한계는 최근 당국 기조 속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8조3000억원 늘었다. 전월 9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은 줄었지만 은행권 가계대출은 7조6000억원 증가해 오히려 확대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하반기 리스크를 점검한 것도 은행권의 대출 확대가 더 이상 단순한 영업 경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여기에 포용금융 압박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이달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 금융산업분과를 가동하고 중저신용자 공급 확대, 금리단층 해소, 지속 가능한 포용금융 평가체계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취약차주 지원과 금리 부담 완화까지 요구받는 구조가 된 셈이다.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은행이 담당해온 성장의 일부를 증권과 운용,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가 보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은행은 안정적인 이익 기반을 유지하되, 추가 성장 동력은 자본시장 계열사를 통해 확보하려는 흐름이다. 은행 쏠림 구조를 그대로 두면 금리 하락기나 대출 규제 강화 국면에서 그룹 전체의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의 은행 중심 금융지주들이 생산적 금융·포용금융 측면에서 가질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한데, 이제는 이런 점을 증권과 타 계열사 등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강민석 기자사진=강민석 기자

증권사는 아직 확장 여지가 남아 있다. 자기자본이 커질수록 대형 딜 인수, 기업금융, 발행어음, 대체투자, 퇴직연금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를 다시 지정하고 모험자본 공급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점도 증권업의 역할 확대와 맞물린다.

특히 머니무브 흐름 속에서 자산운용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예금 중심으로 묶여 있던 자금이 ETF, 펀드, 퇴직연금, 대체투자 상품으로 이동하면 이를 붙잡는 계열사는 은행이 아니라 증권과 운용이 된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그룹 밖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증권·운용 계열사 상품으로 흡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다만 자본 확충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증권 계열사는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고, 자본을 늘렸다고 해서 자기자본이익률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IB와 운용, WM 부문에서 확충한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리느냐가 핵심 변수다.

결국 금융지주의 경쟁 축은 은행의 대출 성장에서 증권·운용 계열사의 자본 활용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규제와 포용금융 과제를 동시에 떠안는 사이, 증권사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머니무브 흐름을 기반으로 그룹 내 수익 창출의 전면에 서고 있다. 은행 쏠림에서 벗어나려는 금융지주의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증권·운용·보험을 묶는 그룹 시너지가 실제 이익으로 확인돼야 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와 포용금융 기조가 은행의 성장 속도를 늦추는 동안 증권과 운용이 금융지주의 새 성장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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