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화물 20% 통행료 징수" 국내 공급 차질 없지만 하락세 곧 멈출 듯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다시 선언하면서 국제유가가 10% 가까이 폭등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국내 유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충분한 원유 비축량 덕분에 즉각적인 공급 차질은 없을 전망이나, 국제유가 상승분이 2~3주 후부터 국내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9.4% 급등하여 배럴당 78달러 부근에서 마감하며 거의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83.30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9.6%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매우 강력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밝힌 후, 유가는 장 마감 후 거래에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세계에서 매우 불안정한 이 지역(호르무즈해협)의 안전과 보안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에 대해 선적된 모든 화물의 20%를 보상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레베가 베이빈 CIBC 프라이빗웰스그룹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는 "봉쇄 재개는 긴장 고조의 또 다른 단계이며, 이로 인해 원유 가격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해 재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안된 20%의 통행료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시장은 이 조치가 실제로 어떻게 시행될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제안된 통행료가 어떻게 부과될 것인지, 걸프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는지 여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 유가 기준으로 만재된 초대형 유조선에 20%의 통행료를 부과하면 약 3200만달러에 달하게 되는데, 이는 이란이 이전에 보고한 해협 통과 수수료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다. 운송비 상승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동발 유가 충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 시장에 미치는 단기 영향은 통제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유·해운업계 등이 참석한 '원유 수급 상황 긴급 점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중동 정세와 국제 유가 동향, 국내 원유 수급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7, 8월 원유 도입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아 단기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까지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국제유가 안정세에 힘입어 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전국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은 모두 리터(ℓ)당 1800원대 후반까지 내려와 소비자들의 부담이 한결 덜어진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4일 오전 11시 20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77.8원으로 전날보다 1.1원 내렸다. 경유도 1862.3원으로 1.6원 하락하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중동발 쇼크로 인해 하락 흐름은 단기간 내에 멈춰 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보통 2~3주의 시차가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다음 주까지는 기존의 하락 흐름이 일부 이어질 수 있으나, 이달 말부터는 이번 국제유가 급등분이 반영되면서 국내 주유소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물론 전기요금, 물류비, 제조원가까지 밀어 올리며 산업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업계와 실시간 소통체계를 구축해 중동 정세와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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