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여수 구조조정 후 총 250만톤 축소 전망에틸렌 설비 통합·자산 현물 출자 등 재무구조 개선 방안샤힌 프로젝트 등 후속 과제로 경쟁력 회복 분수령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이 다시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최대 370만톤 규모 감산 계획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산과 여수 사업재편으로 구체화되면서 업계의 시선은 남은 석화 기업들의 후속 사업재편 논의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오는 22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여수 산업단지 사업재편 승인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당초 이달 초 결론을 도출할 계획이었지만 중동 정세와 금융지원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다소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프로젝트는 정부가 추진하는 두 번째 대형 석유화학 구조조정 사업이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재편하고,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공동으로 신설법인을 출범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다. 통합법인은 세 회사가 동일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감축 규모도 국내 구조조정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감축 대상인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140만톤으로, 앞서 승인된 대산 프로젝트(110만톤)를 상회한다. 여천NCC 3공장은 이미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며, 추가로 2공장까지 통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여수 프로젝트의 의미는 단순히 감축 물량이 대산보다 크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산이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첫 사례였다면, 여수는 복수 기업이 이해관계를 조율해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첫 대형 프로젝트다. 향후 LG화학·GS칼텍스와 울산 산단 재편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산과 여수 구조조정이 모두 마무리되면 총 감축 물량은 약 25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NCC 생산능력 감축 물량 목표치인 270만~370만톤의 대부분(70~90%)을 달성하는 수준으로, 사실상 1단계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수는 감축 규모뿐 아니라 참여 기업 수와 이해관계 측면에서도 가장 복잡한 사업"이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승인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계획 단계를 넘어 실제 실행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상징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 프로젝트는 금융 지원 방식에서도 대산과 차별화된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자산을 현물 출자해 신설법인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지원 규모와 방식은 채권단이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설비 가동 중단 시점은 중동 정세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나프타 수급 불안과 공급망 안정성 등을 감안해 구조조정 일정을 조정해왔으며, 최근 중동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면서 미뤄졌던 사업재편 논의도 다시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다만 여수 프로젝트가 승인되더라도 국내 석화 구조조정의 후속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울산이다.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을 중심으로 NCC 생산능력 조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가운데 변수는 연내 상업가동을 앞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부상하고 있다. 총 9조원이 투입된 샤힌 프로젝트는 연간 에틸렌 180만톤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투자다. 기존 석화 설비를 줄여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상황에서 초대형 신규 설비가 시장에 추가되는 만큼, 구조조정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여수에서도 LG화학과 GS칼텍스를 중심으로 한 후속 사업재편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GS칼텍스가 GS에너지와 미국 쉐브론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인 만큼, 자산 통합과 지분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주 간 조율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대산과 여수 이후 후속 사업재편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전개되느냐가 국내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회복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감산에 먼저 참여한 기업들이 시장점유율과 수익성 측면에서 불이익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후속 구조조정은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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