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관세 없이 제품 정산신규 통상장벽 변수 여전미국 철강시장 입지 강화 기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의 한국산 냉연강판 반덤핑 행정심사에서 사실상 무관세 판정을 받았다. 단순히 추가 관세 부담을 덜어낸 것을 넘어 미국 현지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적 시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한국산 냉연강판 수출분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덤핑 행정심사에서 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현대제철의 가중평균 덤핑마진을 0.00%로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간 미국으로 수출된 제품은 반덤핑 관세 없이 정산된다. 또 지난 13일 이후 미국으로 통관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제품의 반덤핑 현금예치율도 0%로 조정됐다. 차기 행정심사에서 새로운 세율이 결정되기 전까지 적용된다.
현금예치율 0%는 미국 수입업체가 통관 단계에서 반덤핑 관세를 미리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예치율이 높으면 실제 관세가 확정되기 전까지 수입업체의 자금이 묶이고 금융 비용이 발생해 제품 가격과 공급 조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조치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고객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을 낮추게 됐다. 특히 현지 생산체제 구축 전까지 국내 생산 물량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에게 이번 판정은 미국 전략 전환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기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환원철 원료 설비부터 압연까지 갖춰 자동차강판 180만톤을 포함한 철강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제철은 기존 한국 생산 후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강판을 생산해 현대차·기아 북미 공장에 공급하는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관세와 물류비,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고 완성차와 철강 공급망을 하나의 체계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의 북미 전략은 보다 다층적이다. 국내 고급 자동차강판 수출을 유지하면서 멕시코 생산법인과 북미 가공·판매망을 활용해 현지 고객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제철소 투자 참여를 통해 미국 내 생산 기반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국내 생산, 멕시코 자동차강판 공장, 북미 가공·판매 네트워크, 미국 현지 제강 능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북미 자동차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그룹 내 완성차 공급망 중심의 현지화를 추진한다면 포스코는 글로벌 완성차 고객까지 겨냥한 북미 공급망 확장 전략에 가깝다.
다만 이번 판정이 철강 통상 리스크 전체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철강 품목별 관세 정책과 상계관세,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새로운 통상 장벽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결국 이번 반덤핑 0% 판정의 핵심은 관세 부담 자체보다 현지화 전환 과정에서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내 생산체제를 완성하기 전까지 국내 생산 기반을 활용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철강 시장에서는 단순히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존 수출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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