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표준화·기자재 공동화 효과 기대고부가 선박 수익성 개선 기반 마련
HD현대삼호가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9척을 잇달아 확보하며 고부가 선박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단순한 수주 물량 확대를 넘어 동일·유사 선형의 반복 건조를 통한 설계 표준화와 생산 효율 극대화로 중장기 수익성 개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자회사 HD현대삼호가 유럽 소재 선주와 VLAC 3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5456억원이며, 선박은 HD현대삼호에서 건조해 오는 2030년 5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앞서 HD현대삼호는 지난 5월에도 같은 유럽 선주로부터 VLAC 6척을 1조782억원에 수주했다. 두 계약을 합산하면 총 9척, 1조6238억원 규모다. 척당 평균 계약금액은 약 1804억원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번 수주의 핵심은 단순한 선박 물량 확보에 있지 않다. 동일·유사 선형을 연이어 건조하면서 설계 표준화, 기자재 조달 효율화, 생산 공정 안정화 등 반복 건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선업은 선박마다 설계와 생산 방식이 달라 초기 투입 비용이 크지만, 동일 선형을 반복 건조하면 앞선 건조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후속 선박에 적용할 수 있다. 설계 변경을 최소화하고 작업 순서를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용접·배관·의장 등 주요 공정에서도 작업 효율 향상과 재작업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기존 6척과 추가 3척의 인도 일정이 맞물리면서 생산라인 운영 효율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기존 계약 물량은 2029년 12월까지, 추가 수주 물량은 2030년 5월까지 인도될 예정으로 실제 호선 배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후속 물량을 연속 투입할 경우 생산 공백을 줄이고 안정적인 도크 운영이 가능하다.
HD현대삼호의 최근 실적도 이러한 경쟁력 강화 흐름을 뒷받침한다. HD현대삼호는 올해 1분기 매출 2조1245억원, 영업이익 395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18.6%다.
이번 수주 선박은 2029~2030년 인도 예정으로 당장 실적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반복 건조를 통한 생산성 개선은 향후 원가 경쟁력과 수익성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박의 활용 범위가 암모니아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번 VLAC는 액화 암모니아 운송이 가능하면서 LPG 이중연료 추진체계를 갖춘 선박으로 알려졌다. 암모니아 해상 물동량 확대가 예상보다 늦어지더라도 기존 LPG 운송 시장에 대응할 수 있어 수요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이 높다는 평가다.
HD현대삼호는 초기 단계인 암모니아 운반선 시장과 기존 LPG 운송 시장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선박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다.
다만 반복 건조 효과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설계 표준화 수준과 기자재 가격, 인건비, 환율 등 다양한 변수 관리가 필요하다. 향후 관건은 축적된 건조 경험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표준화하고 생산 경쟁력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동일 선형을 반복 건조하면 기본설계 변경 부담을 줄이고 작업자의 숙련도 향상으로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주요 기자재를 공동 활용할 수 있어 구매 측면에서도 유리하지만 구체적인 원가 절감 폭은 선박 사양과 건조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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