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지분 급증으로 지배구조 영향력 상승주주총회·의결권 행사 제도 미비 지적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와 내부통제 강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500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의 기업 관여와 의결권 행사 역량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패시브 자금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보유 지분에 상응하는 수탁자 책임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8일 발표한 'ETF 시장 확대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보고서에서 국내 운용사의 수탁자 책임 이행 역량과 내부 지배구조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ETF 순자산은 2023년 6월 100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5월 200조원, 같은 해 12월 3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5월 말에는 500조원까지 확대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말 2.2%에서 지난해 말 7.5%로 높아졌다. ETF 시장 성장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주식 잔액은 같은 기간 100조원에서 207조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국내 ETF 상당수가 코스피200 등 시가총액 가중 지수를 추종하면서 대형주에 대한 운용사의 보유 비중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상장 ETF의 삼성전자 편입액은 53조원, SK하이닉스 편입액은 58조원으로 추산됐다. 각 기업 시가총액의 2.9%와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보유 지분이 확대되면서 자산운용사가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의사결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도 커졌다. 다만 실제 기업 관여와 의결권 행사 체계는 아직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수 추종 상품은 특정 기업의 경영 방향에 문제가 있더라도 해당 종목을 임의로 매도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기업과의 대화와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가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부 운용사는 의결권 행사 사유를 '주주총회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주주권 침해 우려가 없다'라고 기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운용사별 전담 조직과 인력, 의사결정 절차에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대형 운용사는 패시브 펀드를 통해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기업 관여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블랙록은 지난해 42개국 기업을 대상으로 2373회의 관여 활동을 진행했으며 1811개 기업과 경영 현안을 논의했다. 의결권 행사 횟수는 1만6500회를 넘었고 투표에 참여한 안건은 약 15만4000건이었다.
국내에서도 제도적 기반이 강화되는 추세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주주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활동에 대한 질적 평가를 확대했다. 정책 당국도 지난해 말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기업가치 제고 관여 활동을 별도 점검 항목으로 마련했다.
김 연구원은 "자산운용사는 패시브 펀드를 통한 대규모 지분 보유에 상응하는 기업 관여와 의결권 행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해상충 관리와 내부통제를 강화해 책임 있는 주주 활동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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