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국내총소득 15% 훌쩍..."반도체가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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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총소득 15% 훌쩍..."반도체가 다했다"

등록 2026.07.23 11:09

문성주

  기자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올라···교역조건 개선 효과원유가격 상승에도 GDI 증가···반도체값 영향 더 강했다성과급·투자·세수로 내수 파급 기대···수혜 편중은 한계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전년 동기 대비 15.6% 급증한 배경으로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꼽힌다. 중동 전쟁으로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품 가격이 더 강하게 상승하면서 국내 경제의 실질 구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GDI 증가율은 1988년 1분기 이후 약 38년 만에 가장 높았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I는 전기 대비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0.6%를 3.0%포인트(p)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GDP가 3.7% 늘어난 사이 GDI는 15.6% 증가해 격차가 11.9%p로 벌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1분기부터 두드러졌다. 현재 수정된 통계 기준으로 1분기 GDP가 전기 대비 1.8% 증가할 때 GDI는 8.7%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각각 3.8%와 13.2%로 차이가 컸다. 2분기에는 GDI의 전기 대비 증가 속도는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더 높아지면서 반도체 가격 효과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GDP와 GDI의 차이는 교역조건을 반영하는지에 있다. 실질 GDP는 가격 변화를 제거하고 국내에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물량을 측정한다. 실질 GDI는 실질 GDP에 수출품과 수입품의 상대가격 변화로 생긴 실질무역손익을 더한다.

수출 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더 오르면 교역조건이 개선된다.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이 같더라도 수출로 벌어들인 소득의 구매력이 커져 더 많은 수입품을 살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국제유가 등 수입 가격이 수출 가격보다 빠르게 오르면 GDP가 성장해도 GDI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있다.

2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장비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1.4% 늘었고 제조업은 컴퓨터·전자·광학기기 등을 중심으로 1.2% 성장했다. 이 같은 물량 증가가 GDP를 뒷받침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에 따른 구매력 개선이 GDI와 GDP의 격차를 키운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과거와 출발점이 다르다. 한은은 최근 BOK 이슈노트에서 2000년대 이후 과거 세 차례의 교역조건 개선은 모두 국제유가 등 수입물가 하락이 주된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번에는 반도체 가격 강세에 따른 수출물가 상승이 개선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는 수입가격 상승이라는 불리한 여건도 반도체 가격 효과를 상쇄하지 못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실질 GDI는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2%에서 2분기 15.6%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며 "지난 2분기에는 중동 전쟁 영향으로 원유를 중심으로 수입품 가격이 큰 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결과"라고 밝혔다.

반도체 가격 강세의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요가 꼽힌다.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반도체는 단기간에 생산을 크게 늘리기 어려워 높은 가격이 과거 경기순환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반도체의 물량 기여는 1분기보다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 국장은 "반도체를 포괄하는 컴퓨터·전자·광학기기의 경제성장 기여 비중이 2분기 전기 대비 기준으로 30%를 밑돌고,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는 40%대를 유지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현재 반도체 가격이 주도해서 명목 증가율은 크게 늘렸지만 물량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도체 호황에서 물량보다 가격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도체에서 늘어난 소득이 가계와 내수로 전달되려면 기업이익이 성과급과 임금, 설비투자, 법인세와 소득세로 이어져야 한다. 성과급은 GDI를 키운 직접 원인이라기보다 기업소득이 가계로 넘어가는 통로에 가깝다. 신 총재도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성과급과 이에 따른 소득세, 기업이익 증가에 따른 법인세를 반도체 호황의 내수 파급 경로로 꼽았다.

GDI 확대가 모든 가계의 체감소득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은은 BOK 이슈노트에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임금과 자산 효과가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되고, 반도체 산업의 생산·고용 유발효과가 낮은 데다 제조장비 수입 의존도도 높아 내수 파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전체의 구매력이 커져도 수혜가 일부 기업과 계층에 머물면 소비로 번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호황의 성장 경로는 가격에서 물량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 국장은 "중기적으로 반도체 가격을 큰 폭으로 계속 올리기 어려워 어느 시점에는 가격 중심에서 물량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가격 효과가 약해지고 생산량이 늘어나면 현재 크게 벌어진 GDP와 GDI의 격차도 달라질 수 있다.

강한 GDI 증가세가 소비를 거쳐 수요 측 물가 압력으로 이어지는지는 8월 기준금리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한은은 물가와 환율, 주택가격, 가계대출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GDI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반도체 수출가격과 수입가격의 상대적인 움직임이 꼽힌다. 신 총재도 7월 기자간담회에서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가격이 생산량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매력과 내수 파급을 가르는 지표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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