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4조 투자→62조 영업외수익베인은 엑시트·SK는 잔류AI 확산에 낸드 가치 재평가···전략자산 부상
8년 전 약 4조원을 베팅했던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에 62조원의 영업외수익을 안겼다. 투자 성공은 이미 증명됐다. 이제 남은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택이다. 수십조원의 평가이익을 실현할지, AI 시대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 자산으로 품을지가 새로운 경영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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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년 전 투자한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베인캐피털이 투자금을 회수하며 SK하이닉스가 사실상 2대 주주가 됐다
AI 시대를 맞아 키옥시아 지분 활용이 SK그룹의 주요 경영 변수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키옥시아 관련 투자에서 62조1660억원의 영업외수익을 인식했다
2018년 약 4조원을 투자했던 자산이 수십조원 가치로 불어났다
베인캐피털은 약 2조5000억엔 규모의 투자 회수를 마무리했다
키옥시아 최대주주는 약 15%를 보유한 도시바
SK하이닉스가 투자한 SPC가 약 14% 지분을 확보, 사실상 2대 주주 위치
SK하이닉스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아 의결권은 없는 상태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기업용 SSD 수요 증가로 낸드 산업 성장성이 재평가됐다
키옥시아 기업가치와 SK하이닉스 투자 자산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금 회수보다 장기 전략 자산으로 활용할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SSD 수요 증가 시 키옥시아 가치 추가 상승 가능성 제기
SK그룹은 투자금 회수와 전략 자산 활용 두 가지 선택지를 검토 중
최태원 회장이 어떤 행보를 택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키옥시아 투자와 관련해 62조1660억원의 영업외수익을 반영했다. 일부 지분 매각에 따른 처분이익과 잔여 지분 평가이익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본업인 메모리 사업에서 거둔 사상 최대 영업이익(60조5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을 계기로 키옥시아 투자 자체보다 '이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투자의 성패를 논하는 단계는 끝났고 AI 시대를 맞아 이 자산을 어떤 전략으로 가져갈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함께 투자했던 미국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은 이미 답을 내렸다. 지난해 말부터 키옥시아 보유 지분을 순차적으로 처분해 최근 투자금 회수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사모펀드의 본령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계산법은 다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인수 당시 약 3950억엔(당시 약 4조원)을 투자했다. 투자 회수 목적의 특수목적법인(SPC)뿐 아니라 경영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전환사채(CB) 투자에도 참여하며 장기적인 선택지를 확보했다.
현재도 이 CB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경쟁당국 승인을 거쳐 전환권을 행사하면 약 14% 수준의 키옥시아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베인캐피털이 빠져나간 뒤에는 사실상 키옥시아 2대 주주에 해당하는 위치다.
SK하이닉스가 쉽게 엑시트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키옥시아의 의미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투자가 낸드 시장 경쟁력 확보와 공급망 안정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지금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기업용 SSD 수요가 폭증하면서 키옥시아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커졌다. AI 시대에는 HBM이 연산을 담당한다면 SSD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다. 낸드플래시가 AI 생태계의 필수 축으로 재평가받으면서 키옥시아 역시 단순한 낸드 업체를 넘어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키옥시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글로벌 3위 낸드플래시 업체다.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생산 체제를 공동 운영하며 AI 서버용 고성능 SSD 시장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AI 투자 확대가 이어질수록 기업가치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물론 현금화의 유인도 적지 않다. 수십조원의 평가이익을 실현하면 AI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차세대 메모리 등에 투입할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SK그룹이 리밸런싱을 통해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매각 가능성을 거론하는 배경이다.
반면 지분을 계속 보유할 경우 AI 시대 메모리 공급망에서 전략적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키옥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선택권도 남게 된다. 다만 경쟁당국 승인과 일본 정부의 규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현지의 경계감 등은 넘어야 할 변수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당장 결론을 내리기보다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AI 산업의 성장 속도와 낸드 시장의 재편 방향에 따라 회수와 보유 가운데 최적의 시점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베인캐피털에는 키옥시아가 투자 자산이었지만 SK하이닉스에는 AI 시대 메모리 경쟁력을 뒷받침할 전략 자산이라는 성격이 더 강하다"며 "투자금을 얼마나 회수하느냐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결국 최 회장 앞에 놓인 선택은 단순한 투자 회수 여부가 아니다.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수십조원의 평가이익을 실현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 경쟁력을 위한 전략 자산으로 남겨둘 것인지가 SK그룹의 다음 승부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베인캐피털은 투자금을 회수하며 이번 거래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에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AI 산업이 메모리 시장의 질서를 다시 쓰는 지금, 키옥시아는 수익을 확정할 자산이면서 동시에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카드이기도 하다. 최 회장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이번 투자의 의미 역시 '성공한 투자'에서 'AI 전략의 한 수'로 확장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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