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토포르, 프라이스핏 앞세워 진출 채비월마트·까르푸 철수 20년 만 외국계 재도전국내 소비 패턴 맞춤 대응 최대 과제
20년 전 월마트와 까르푸가 떠난 한국 할인점 시장에 러시아 '초저가 유통 공룡'이 들어온다. 스베토포르(Svetofor)가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진출을 추진하면서 '가성비 소비'가 외국계 할인점의 실패 공식을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베토포르는 한국법인 '사브알케이'를 설립하고 국내 브랜드 '프라이스핏(PRICEFIT)'을 앞세워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사브알케이는 올해 2월 특허청에 프라이스핏 상표를 출원했고 지난 7월 출원공고를 마쳤다. 경기 화성과 용인, 충남 아산 등에 테스트 매장 개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베토포르는 2009년 러시아에서 출범한 하드 디스카운트 유통업체다. 현재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5000개 이상의 할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테리어와 제한적인 상품 구성, 박스 단위 진열 등을 통해 운영 비용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외국계 할인점의 한국 시장 재도전은 사실상 20년 만이다. 월마트는 1998년 한국에 진출했지만 현지 소비자 취향과 유통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2006년 신세계에 점포를 매각했다. 까르푸 역시 같은 해 이랜드에 한국 사업을 넘기며 철수했다. 영국 테스코도 홈플러스를 통해 국내 시장에 안착했지만 2015년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며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물러났다.
과거 외국계 할인점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는 현지화 부족이 꼽힌다. 한국 소비자는 단순히 싼 상품보다 신선식품 품질과 다양한 상품 구성, 편리한 쇼핑 경험을 중시했지만 글로벌 본사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면서 외국계 업체의 경쟁력은 약화됐다.
하지만 현재 유통 시장은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쇼핑 경험보다 가격을 우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다이소와 균일가숍,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성장했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초저가 플랫폼도 국내 소비자층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새로운 유통 경쟁력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실제 다이소는 전국 16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지난해 매출 4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가격만 확실하면 소비자가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국내 대형마트 역시 과거처럼 점포 수 확대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수익성과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스타필드 마켓과 노브랜드를 앞세우고 있으며 롯데마트도 그랑그로서리와 PB 브랜드 '오늘좋은' 등을 통해 기존 점포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스베토포르의 등장은 이런 변화 속에서 이뤄졌다. 창고를 연상시키는 매장 형태는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와 비슷하지만, 운영 방식은 다르다. 회원제나 대용량 판매보다 상품 구성을 최소화하고 매장 운영 비용을 낮춰 초저가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만 가격 경쟁력만으로 한국 시장 안착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신선식품, 델리, PB 상품, 차별화된 상품 구성이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과 함께 품질과 구매 편의성을 함께 고려한다.
업계에서는 스베토포르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초저가 전략과 함께 현지 소비자에 맞는 상품 구성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뉴스웨이 선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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