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들은 가격 조정에 나서며 원부자재와 환율 부담을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수익성이 개선된 상황에서도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소비자의 의문도 커지고 있다. 기업이 말하는 '원가 부담'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상'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이유다.
결국 식품 가격 논란의 핵심은 가격 인상 여부가 아니다. 복잡해진 원가 구조 속에서 기업이 어떤 비용 상승을 가격에 반영했는지, 이를 소비자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는지가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CJ제일제당, 오뚜기, 롯데칠성음료, 사조대림, 농심 등 주요 식품기업과 CJ푸드빌, 던킨, 하림, 더본코리아 등 외식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조정에 나섰다.
기업들이 제시한 배경은 비슷하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 환율 부담, 포장재 비용 증가다.
CJ제일제당은 원부자재와 포장재 가격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농심은 고환율과 고유가에 따른 포장재 비용 증가와 협력업체 납품단가 인상을 들었다. 오뚜기와 롯데칠성음료 역시 원재료 가격과 환율 부담을 가격 조정 배경으로 설명했다.
과거 식품 가격은 비교적 단순했다. 밀 가격이 오르면 라면과 빵 가격이 움직이고 원당 가격이 오르면 음료와 제과 가격이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가격 결정 구조는 달라졌다.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식품업체는 국제 가격뿐 아니라 환율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페트병·알루미늄 캔·플라스틱 등 포장재와 물류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식품 가격은 특정 원재료가 아닌 전체 비용 구조의 영향을 받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원가 부담'이라는데···원가율은 되레 낮아진 곳도
가격 인상 논란이 커지는 배경에는 기업별 실적 흐름의 차이가 있다.
매출원가율은 제품 생산에 투입된 원가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일반적으로 원가율이 낮아지면 제조 부담이 줄고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최근 가격 조정에 나선 일부 기업은 원가율 개선 흐름을 보였다.
농심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원가율은 69.7%로 전년 동기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3%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매출원가율이 67.6%에서 66.2%로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91% 늘었다. 오뚜기도 매출원가율이 83.3%에서 83.2%로 소폭 낮아졌고 영업이익은 3.3% 증가했다.
반면 CJ제일제당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은 78.1%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17.2% 감소했다.
같은 시기에 가격 조정을 단행했지만 기업별 비용 부담과 수익성은 서로 달랐다는 의미다.
소비자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올렸지만 일부 기업은 재무 지표상 부담이 완화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매출원가율만으로 가격 인상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매출원가율은 제조 과정에 직접 투입되는 비용을 중심으로 산출된다. 원재료 구매 비용은 반영하지만 환율, 물류비, 포장재, 에너지 비용 등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담지는 못한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구매와 생산 시점 사이에도 시차가 존재한다. 지난해 높은 환율 환경에서 확보한 원료가 올해 제품 생산 과정에 반영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원가율은 제조원가 중심 지표여서 최근 기업들이 부담하는 전체 비용 구조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제품마다 원재료 달랐다···가격 인상 요인도 '제각각'
식품 가격 결정 구조가 복잡해진 또 다른 이유는 제품마다 원가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빵류는 밀가루가 전체 원재료의 62.6%를 차지한다. 설탕은 11.2%, 계란은 6.0% 수준이다. 빵 가격은 밀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면류는 밀가루 비중이 61.9%로 가장 높지만 팜유 비중도 18.5%에 달한다. 라면 가격은 밀 가격뿐 아니라 유지류 가격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음료는 원재료뿐 아니라 포장재 영향이 크다. 설탕과 과당 외에도 농축과채즙, 페트병, 알루미늄 캔 등이 가격 결정 요소다.
제당은 원당, 식용유는 대두 가격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결국 '원가 부담'이라는 같은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제품마다 실제 부담하는 비용 구조는 다르다.
식품업계의 가격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은 복합적인 비용 상승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는 국제 원재료 가격 안정에도 제품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고 느낀다.
앞으로 식품 가격 경쟁력은 단순히 원가를 낮추는 문제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복잡해진 비용 구조를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이 될 전망이다.
뉴스웨이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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