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세대 고령화 속 승계 시장 '새로운 격전지'로'제3자 승계 과세특례' 도입···알짜 M&A 승계 물꼬세무 상담 넘어 'IB·WM·M&A' 결합 종합 자문 총력전
정부가 가업상속공제를 재설계하면서 금융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업승계 범위가 '가족'에서 '제3자 승계'로 넓어진 동시에 대상 업종은 엄격하게 제한되면서 수익성과 리스크 요인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업상속공제 개편은 1997년 가업상속공제 도입 이후 혜택의 전제조건이었던 '친족 상속'의 한계를 넘어 인수합병(M&A)과 제3자 매각을 아우르는 '사회적 승계'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오는 2028년부터 시행되는 '제3자 사업승계 과세특례'를 통해 친족이 아닌 제3자에게 사업을 승계하는 경우 매도자에게는 양도소득세 20% 감면, 매수자에게는 5년간 소득세·법인세 10%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금융권에서는 창업 1세대의 고령화로 중소·중견기업 가업승계 시장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만큼 이번 세제개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제3자 승계의 길을 열어줌으로써 후계자 부재로 폐업 위기에 놓인 알짜 기업의 매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 한도가 확대되고 제3자에 대한 사업승계 지원 방안도 마련된 만큼 장기간 기업을 운영해 온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가업승계 관련 상담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과도 맞물려 시중은행들의 가업승계와 관련된 금융 서비스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4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은 전담 조직을 앞세워 가업승계를 포함한 기업승계 금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회계·세무·M&A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매년 100개 기업의 승계를 성공시켜 고용 1만명 유지, 매출 기반 10조7000억원 보전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배연수 우리은행 기업그룹 부행장은 "가업승계만 했었으나 작년부터 친족 간의 부의 승계가 아닌 고용을 승계하고 핵심 기술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고 생태계가 보존될 수 있는 형태의 기업승계를 해보자고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기업지속가능경영(ESG) 컨설팅팀을 통해 가업 승계와 기업 매각 자문을 병행하고 있다. 가족 내 승계가 가능한 기업에는 세제·지배구조 로드맵을, 후계자 부재 등으로 외부 매각을 검토하는 기업에는 M&A 자문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프리미어사업부와 전략영업부는 물론 신한투자증권 기업금융(CIB) 부서까지 연결한 애자일 조직을 가동해 기업승계와 M&A 자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일선 영업점을 통해 승계·매각 의사가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수요를 파악하고, 서남권·동남권 거점 센터를 중심으로 지방 소재 기업고객에 대한 승계 컨설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올해 초 비금융 자문 플랫폼인 'KB 와이즈 컨설팅' 가동과 함께 'KB 더퍼스트 패밀리오피스'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전담조직을 신설해 단순 절세를 넘어 기업 지배구조 개편·승계 컨설팅을 다각화하는 한편, 차세대 후계자를 위한 전담 교육 프로그램까지 별도로 돌리며 밀착 케어에 나섰다.
최근 은행권의 가업승계 전략이 M&A까지 폭넓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이번 제3자 승계 확대로 수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제3자 M&A 승계가 활성화될 경우, 단순 세무 상담 수준을 넘어 '기업가치 평가→매수·매도자 매칭 수수료→인수자금 대출→자산관리' 등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전격 가동돼 새로운 비이자이익 창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제3자 승계의 길은 열렸지만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한 빗장이 한층 더 깐깐해진 것은 우려 요인이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은 기존 사설 주차장, 마트 등이 제외되면서 기술 중심 기업으로 재정의됐고, 피상속인의 최소 경영 기간은 10년에서 30년 이상으로 강화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정안의 국회 통과 등 입법 절차가 남아있어 당장 급격한 변화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편법 승계 억제와 생산적 사업승계 지원이라는 정부 방침이 명확해진 상황"이라며 "은행들도 강화된 법안 테두리 안에서 고객사별 상황에 맞춘 핀셋형 제3자 M&A와 가업승계 자문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영기간과 사후관리 요건이 강화되고, 가업 해당 여부에 대한 심사 절차도 보다 엄격해지는 만큼 실질적인 공제 대상 기업이 이전보다 선별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문의보다는 기업의 업종과 지분·자산 구조, 경영기간, 후계자 유무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세무·법률·신탁·M&A 방안까지 함께 검토하려는 종합적인 승계 컨설팅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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