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아빠차는 옛말···더 젊어진 그랜저 하이브리드

산업 자동차 야! 타 볼래

아빠차는 옛말···더 젊어진 그랜저 하이브리드

등록 2026.08.11 15:35

권지용

  기자

스포티함과 세련됨 더한 신형 모델 체감장거리 시승서 확인한 연비와 편안함비전루프·글레오 인공지능 등 세부 완성도는 숙제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권지용 기자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권지용 기자

오늘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보다 조금 복잡한 마음으로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지금 타고 있는 자가용으로 타는 차가 바로 이전 세대 그랜저(GN7)이기 때문입니다.

신형 그랜저를 찬찬히 살펴보는 첫 감정은 감탄보다는 억울함에 가까웠습니다. 보통 부분변경 모델이라 하면 디자인을 조금 다듬고 새로운 편의사양 몇 가지를 더하는 정도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번 그랜저는 달랐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풀체인지 아닌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안팎을 꽤 크게 뜯어고쳤습니다. 기존 그랜저 차주 입장에서는 '내 차도 아직 새 차인데!'라는 억울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겠더군요.

그런데 막상 운전석에 앉아보니 현대차가 왜 이렇게 자신 있게 이번 변화를 이야기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GN7 그랜저 초기형이 중후하고 점잖은 '아빠차'였다면 이번 그랜저는 훨씬 젊고 세련된 '오빠차'에 가까워졌습니다. 같은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분위기는 꽤 다릅니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

실내에서 손길이 먼저 닿은 부분은 스티어링휠입니다. 기존 그랜저의 운전대는 둥글고 얇으면서도 지름이 꽤나 컸습니다. 아무래도 편안하고 보수적인 인상이 강했는데요, 신형은 각을 살린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네모네모한 운전대를 손에 잡는 순간부터 차의 분위기가 조금 더 스포티하게 느껴집니다.

다음으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입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매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유저 인터페이스(UI)가 친숙합니다. 화면을 넘기고 터치하는 방식이 직관적이고 반응 속도도 빠르더군요. 화면 해상도나 그래픽도 좋고, 손가락으로 슥슥 넘기는 과정에서 예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가끔 느껴지던 답답함도 거의 없습니다. 자동차 안에 커다란 태블릿 하나를 집어넣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화면을 3분할해 좌측은 계기판을 대신하고 나머지 부분에 필요한 정보를 띄울 수도 있습니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슬림 디스플레이. 사진=권지용 기자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슬림 디스플레이. 사진=권지용 기자

다만 모든 변화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현대차가 야심 차게 선보인 차량용 인공지능 서비스 '글레오 AI'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직은 운전하면서 굳이 AI를 불러야 할 상황이 많지 않았습니다. 기술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 자동차에서 AI를 어떻게 써야 정말 편한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자동차에 탑재된 각종 기능을 요청하면 '안전상 이유로 제한된다'며 실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요.

순정 내비게이션도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안내 경로와 실시간 교통 흐름을 표시하는 색상이 비슷한 초록색 계열로 겹쳐 보여 운전 중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예쁜 그래픽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어디로 가라는 거지'를 빠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오히려 화려함보다 단순함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기판이 빠진 자리에 새롭게 자리한 슬림 디스플레이도 비슷합니다. 표시되는 정보가 센터 디스플레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하나라도 더 보여주는 건 나쁘지 않지만, 이럴거면 '굳이 제대로된 계기판을 없앴어야 했나?' 싶긴 하더군요. 차라리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조금 더 보강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 같은데, 굳이 하나 더 넣은 느낌이랄까요.

현대 그랜저 MFi 인증 무선 충전기. 사진=권지용 기자현대 그랜저 MFi 인증 무선 충전기. 사진=권지용 기자

반대로 별것 아닌 듯 하면서 감탄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선바이저를 내려 거울을 보는 순간입니다. 거울이 정말 큽니다. 지금까지 타본 승용차 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로 크더군요. 단순히 '큰 거울 하나 달아놨다'는 이야기인데, 막상 써보니 만족도가 꽤 높습니다. 이런 건 숫자로 설명하기 어렵죠. 마치 새집으로 이사했을 때 수납장이 생각보다 넉넉해서 별것 아닌 듯 하면서도 마음에 쏙 드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자동차도 결국 매일 쓰는 물건이다 보니 이런 사소한 배려가 의외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센터콘솔의 무선 충전 패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애플 MFi(Made For iPhone) 맥세이프 인증을 받은 충전기가 적용돼 아이폰을 올려놓으면 '찰싹' 하고 붙습니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코너를 돌아도 휴대전화가 이리저리 굴러다니지 않습니다. 갤럭시 등 타 사 휴대폰도 맥세이프 액세서리를 사용한다면 똑같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2열. 사진=권지용 기자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2열. 사진=권지용 기자

2열로 자리를 옮기면 그랜저가 왜 오랫동안 국내에서 사랑받아온 준대형 세단인지 다시 한번 알게 됩니다. 레그룸은 말 그대로 태평양처럼 넓습니다. 시트 리클라이닝 기능도 있고 통풍 시트까지 갖췄죠. 개인적으로 2열 옵션인 '시트 컴포트 플러스'는 정말 추천합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뒷좌석에 동승객을 가끔 태울 때 여러모로 요긴한 기능입니다.

신차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릴 부분은 '비전루프'로 보입니다. 버튼 하나로 루프 글라스를 투명하게 만들거나 반투명하게 바꿀 수 있는 PDLC 방식입니다. 기술 자체는 신기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유리가 달라지는 모습도 꽤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투명 모드로 놓고 하늘을 바라보면 기대했던 만큼 시원한 개방감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필름 특유의 이질감이 있고 유리 표면이 살짝 우글거리거나 탁하게 보이는 느낌도 있습니다. 정통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처럼 하늘이 쫙 펼쳐지는 느낌과는 조금 다릅니다. 비전루프와 파노라마 선루프 옵션을 개별로 선택할 수 있으니 취향껏 고르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현대 그랜저 비전루프 사진=권지용 기자현대 그랜저 비전루프 사진=권지용 기자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정말 조용합니다. 엔진음은 물론이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풍절음도 상당히 잘 막았습니다. 타사 일부 차량의 경우 통풍 시트가 돌아가는 팬 소음이 제법 거슬릴 때가 있는데, 이 차에서는 그런 부분조차 신경 써서 조율한 모습입니다.

승차감 역시 그랜저라는 이름에 잘 어울립니다. 아주 단단하게 노면을 붙잡고 달리는 차라기보다는 도로의 요철을 한 번 걸러내고 승객에게 전달하는 쪽입니다. 속도를 조금 높여도 차가 부산스럽게 움직이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마치 커다란 소파가 앞으로 미끄러져 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편하게 달리는 자가용의 교과서다운 승차감이랄까요.

하이브리드인 만큼 연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장 5m가 넘는 준대형 세단인데도 도심과 고속도로를 섞어 달린 실제 시승에서 리터당 20km를 가볍게 넘겼습니다. 특별히 연비 운전을 하겠다고 발끝에 힘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교통 흐름에 맞춰 운전했는데도 이 정도는 가볍게 나오더군요. 상당히 효율 좋은 대식가입니다.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연비. 약 91km를 달리고 기록한 최종 연비는 25.3km/L다. 사진=권지용 기자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연비. 약 91km를 달리고 기록한 최종 연비는 25.3km/L다. 사진=권지용 기자

이번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단순한 부분변경이라고 하기에는 변화의 폭이 꽤 큽니다. 기존 GN7 차주인 저로서는 솔직히 조금 배가 아픕니다. '내 차가 이 정도로 구형이 되는 건가' 싶기도 하죠. 하지만 반대로 새 차를 고르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나왔습니다.

물론 아쉬움은 있습니다. 급진적인 디지털화에 따른 일부 기능에는 어색함과 미숙함이 따르고, 비전루프 역시 취향을 탈 겁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결국 여러 장단점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물건입니다. 몇 가지 아쉬움을 품고도 조용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놀라울 만큼 효율적으로 달리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결국 그랜저는 이번에도 그랜저답습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서가 아니라, 한국인이 가장 편하게 탈 수 있는 준대형 세단의 진화형이기 때문이죠.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권지용 기자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권지용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