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상품·재심사 기준 강화ELB·DLB 비중 81.8%까지 확대발행어음 여부 따라 부담 차이
금융당국이 주가연계증권(ELS)의 상품 승인 절차를 강화하면서 증권사들의 실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홍콩 H지수 ELS 사태 이후 관련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상품 승인 절차까지 강화돼 향후 시장 규모가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과 금융투자협회, 10개 증권사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파생결합상품의 투자자 보호 절차를 강화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금투협은 다음 달 관련 자율규제 규정을 개정하고 각 증권사는 이를 내규에 반영할 예정이다.
ELS 승인 기준 강화···반복 발행·재심사 부담 커져
개선안에 따르면 상품 승인 단계에서는 동일상품 판단 기준이 강화된다. 현재는 이미 승인한 상품과 동일한 경우 상품승인위원회 심의를 생략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기초자산 유형과 결제통화, 손실배수 등을 종합해 동일성을 판단해야 한다.
기존 승인 상품에 대한 재심사 범위도 넓어진다. 시장 변화로 투자 위험도가 크게 높아지면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하고, 기초자산 풀을 새로 선정하거나 기존 승인 사항을 변경할 때도 상품승인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기존 구조를 반복 발행할 때 동일성 여부를 보다 세밀하게 따져야 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기존 승인 건도 다시 심사해야 하는 등 발행 과정에서 거쳐야 할 절차가 늘어날 전망이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론 상품 승인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 늘어나면서 실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품 승인 등 발행 절차가 이전보다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새 기준에 대해 절차를 대거 추가하기보다, 홍콩 H지수 사태 이후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보완해 온 내부 통제를 정비하는 성격이라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방향은 각 증권사별로 상품 승인 등을 보완해 운용해 온 것을 공통의 기준으로 프로세스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LB·DLB 확대·발행어음 차이···회사별 영향 엇갈려
ELS는 코로나19와 홍콩 H지수 급락, 은행 판매 중단 등을 거치며 조달 수단으로서의 존재감이 약해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ELS 연간 발행액은 2019년 76조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코로나19와 홍콩 H지수 급락 등을 거치며 감소했고, 발행잔액은 2024년 6월 말 16조원까지 줄었다. 핵심 판매채널이었던 은행의 판매 중단도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업계에서는 규제 강화가 증권사의 자금 운용과 차입 구조까지 크게 흔들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시장 규모가 축소된 ELS의 빈자리를 원금 지급형인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가 일정 부분 메웠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전체 파생결합증권·사채 잔액 가운데 ELB·DLB가 81.8%를 차지했다.
다만 발행어음 인가 여부에 따라 파생결합증권 의존도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자본연에 따르면 2024년 3월 말 발행어음 인가 4개사의 차입부채 내 파생결합증권 비중은 19%로, 나머지 16개사(25%)보다 6%포인트 낮았다.
이에 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도 일률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장 연구위원은 "증권사마다 ELS 의존도와 대체 조달수단이 달라 영향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대형사들은 발행어음 등 다른 수단을 활용할 여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증권사는 전자단기사채 등을 활용하더라도 신용등급에 따라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문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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