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주주와 정치권에서는 성과급 규모가 과도하다며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 안팎의 논란이 커지면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논쟁이 뜨거워질수록 정작 한 가지 질문은 뒤로 밀리는 듯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왜 직원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주기로 했을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수억원의 현금을 개인에게 나눠주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기업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 상당 부분을 설비와 기술에 재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두 회사가 막대한 재원을 직원들에게 돌리기로 한 데에는 단순히 '고생한 직원들에게 보상한다'는 이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핵심은 인재다.
지금의 실적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라는 시장 환경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시장을 읽고 투자를 결정한 경영진의 판단,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린 조직의 역량, 현장에서 이를 실행한 직원들의 노력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거대한 사이클을 타는 산업이다. 호황기에 실적이 크게 뛰는 만큼 경쟁사들의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진다. 기업 입장에서 능력 있는 인재를 잃는 것은 단순히 직원 한 명을 잃는 문제가 아니다. 수년간 축적한 기술과 경험, 조직의 노하우까지 함께 빠져나갈 수 있다.
인재 유출은 반도체 업계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20년대 초반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구글과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중국의 신흥 기업까지 막대한 보상을 앞세워 국내 인재를 끌어갔다. 기업이 아무리 조직을 붙잡으려 해도 외부의 보상 경쟁 앞에서 무력해지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성과급은 단순한 '성과 배분'으로만 볼 수 없다. 기업이 인재를 붙잡기 위해 치르는 비용이기도 하다.
물론 억대 성과급이 과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막대한 돈을 나눠주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성과급이 미래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고 기업이 스스로 내놓은 판단을 외부에서 쉽게 재단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원들에게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적어도 해당 기업들이 그만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인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인재들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나 중국 창신메모리(CXMT) 등 경쟁사로 대거 이동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 발생할 기술 경쟁력의 훼손과 조직 손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성과급이 과도한지 여부는 결국 시간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성과급 논쟁이 커질수록 왜 기업이 그 돈을 주기로 했는지부터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수억원의 성과급 역시 비용이다. 그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재를 붙잡겠다고 결정했다면 그 판단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제도를 도입한 지 아직 1년 남짓이다. 성과급이 기업의 미래를 갉아먹는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가장 비싼 인재를 지키기 위한 투자였는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날 것이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junhuk210@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